우리는 왜 억울한가
유영근/타커스/277쪽/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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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영근 부장판사가 한국인이 느끼는 ‘억울함’을 법적 판단 등 다양한 사회과학적 관점으로 풀어내 책으로 펴냈다.

 현직 판사인 그가 본 세상에는 억울한 사람들이 참 많다고 한다. 법률가로 살아오면서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듣는 말이 ‘억울하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1988년 몇 명의 탈주범들이 인질극을 벌이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남겼고 여기에는 자기 변명을 넘어서는 울림이 있었는데, 바로 억울함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당시 70억 원 이상을 횡령·탈세한 전임 대통령의 동생은 징역 7년형에 그쳤지만, 탈주범 중의 주범은 전과가 많다는 이유로 남의 집에서 556만 원을 훔친 죄로 징역 7년과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았으니 공정하지 않다고 또는 억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흉악한 살인범이나 소위 말하는 패륜범, 파렴치범들조차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한다. 재판정에 오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억울하다’고 말한다는 부연이다. 아마도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구조 속에서 빈부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이 날로 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불만과 강한 억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정도 내놓았지만,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판사로서는 ‘당사자들이 왜 억울하다고 할까’라는 질문과 함께 ‘억울함’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 ‘억울함을 보는 시선’에 나온 내용처럼 법률가와 심리학자가 보는 억울함은 조금 다르다는 설명이 먼저 나온다.

 『법률가는 억울함이 기본적으로 불공정함, 부당함으로 인해 생긴다고 생각하는 데 비해 심리학자는 그것뿐만 아니라 자기피해의식이 많이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법률가는 억울해하지 않아야 할 상황에 억울하다고 느끼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는 반면, 심리학자는 오히려 그런 측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본인이 겪은 억울한 일도 소개한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의 사소한 자동차 접촉 사고다. 수많은 교통사고 민형사사건을 다뤄 본 부장판사지만 의의로 억울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이어 5장 ‘안타까움과 그 이면’에서 법률가들도 공감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고, 6장 ‘억울함의 구제와 극복’에서는 억울함을 구제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억울함이 없는 사회와 국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이렇듯 안타깝고 억울한 사연을 저자가 전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바로 그늘지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법률적 정의(판단)가 과연 양립할 수 있는지를 묻기 위해서다.

지영희를 말한다
이보형 등 9인/채륜/339쪽/2만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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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관광공사가 일제강점기에 전통음악을 연구하고 지켜내 한국 음악계의 독립운동가라고 부를 만한 인물인 지영희(池瑛熙·1909∼1980)선생을 소개한 책이다.

 해금산조, 피리산조 연주자로 유명한 그는 1960년 국악예술학교 교사로서 후학들을 길러냈고, 1965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로 자리를 옮겨 활동을 이어가다가 1973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2호 시나위 기예능보유자로 지정된 예능인이다.

 이 책에서는 평택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대표 전통축제 무용곡인 ‘꼭두각시’를 만든 지영희 선생에 대해 너무 무심했다는 반성부터 나온다.

 논증적 고증도 진행된다. 상당 부분이 평택시 주최, 경기관광공사·한국고음반연구회 공동 주관으로 지난 5일 열린 ‘지영희를 말한다, 학술대회’에서 토론된 내용이다.

노래는 저 혼자 울고 있고
최무영/소명출판/169쪽/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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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에서 태어나 잡지사·신문사 등에서 근무하며 시인으로 활동한 최무영(1947∼2005)시인의 유고 시집이 나왔다.

 평생 소원이 나이 육십에 시집 한 권, 칠십에 수필집 한 권 출간이라고 말했던 그가 35년이나 시를 썼으면서도 끝내 시집 한 권을 내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한 김구연·김동환·신연수·정승렬·허문태 등 동료 시인과 친구, 유족대표가 힘을 모아 펴낸 책이다.

 생활은 풍족하지 못했지만 늘 여유로운 삶을 살았던 그의 시세계는 사회에 대한 풍자와 함께 애잔한 슬픔의 정서가 담겨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 ‘경인선(京仁線) 9’를 소개해 본다.

 『언제부턴가/꽃은 피지 않았다/복사골 복사꽃도/계양산 진달래도/더는 피지 않았다./경인선 백릿길/차창 밖에 흐드러 피던/꽃들은 다 어디 가고/아파트 베란다에/내려않은 창백한/봄 하늘./노랑나비 한 마리/두리번 두리번/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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