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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평생교육원장
원도심 활성화가 화두다. 경제성장기 도시발전을 이끌던 원도심이 도시문제로 전락하고 있지만, 이곳에는 사람과 시간 그리고 도시공간이 함께 만들어낸 유·무형의 자원이 살아있는 소중한 장소이다. 원도심이 간직한 문화적 자원은 활력을 잃은 공간을 되살릴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에 많은 도시는 이를 이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관광진흥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천에서도 인천의 대표적 원도심인 개항장의 부활을 위해 추진한 관광진흥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방문객이 늘어나고 관광객 대상의 점포도 증가해 활기를 잃어가던 원도심에 생기가 돌고 있다. 관광객 증가는 자연스럽게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으로 이어져 음식점과 커피숍과 같은 관광 친화적인 업종의 점포가 들어섰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경우 영업 중인 점포의 65% 정도가 음식점과 커피숍이다. 여기에 기념품점까지 합치면 96%에 육박한다. 그야말로 한 집 건너 한 집이 음식점과 커피숍이다. 거리가 관광단지로 바뀌면서 초래된 획일화 현상은 삶의 모습마저 바꿔 버렸다. 그러나 양질의 일자리는 제조업에 있고, 제조업의 뒷받침이 없는 서비스산업 육성책은 한계가 있다.

 공장을 통해 공급되는 첨단 제품에 의해 떠밀려났던 수공업 기반의 제조업으로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는 움직임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제조업 침체기를 겪은 선진국에서 시작돼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에 더해 낙후된 도심에 방치된 건물을 도심 제조업종에 맞도록 리모델링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돼 도시의 모습도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5월 29일부터 ‘도시형 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시책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도시형 소공인 지원을 위한 종합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책무가 있다. 서울시는 이미 작년부터 ‘서울시 소공인인 지원에 관한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디자인재단을 중심으로 ‘도심제조지역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등 도심제조업 부활을 위한 노력을 펼쳐 나가고 있다. 2013년 국토교통부의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에 선정된 남구 숭의목공예마을 사업도 도심제조업 부활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생활패턴으로 정착된 현대생활에서 현대인은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의 생산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대형판매점 진열대에서 구입해서 쓰다가 사용이 불편해지면 버리고 다른 상품을 구입할 뿐 물건에 대한 애착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사용자 자신이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신이 경험하는 생산 과정을 통해 물건이 갖고 있는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서비스산업에 밀려난 선배 기술자들이 이룩한 장인정신과 숙련된 기술이 갖는 무형의 가치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노동집약 산업인 도심제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인 동시에 장기간 숙련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장년층의 경제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빵집에 밀려 우리 곁을 떠났던 동네빵집이 나름대로의 장점을 안고 하나 둘 새롭게 등장하는 것도 도심제조업 부활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공방(가죽, 비단, 공예품, 주얼리), 수선(악기, 가죽제품), 제과점, 수제화점, 양복(장)점, 주문셔츠(인견)가게, 철공소, 봉제, 수제 맥주집과 올 하반기부터 허용되는 하우스막걸리집도 도심제조업 적합업종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이 가장 번성했던 도시이다. 뒤집어보면 제조업 퇴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도시이다. 공장이 떠난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 인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일자리는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키치스러운 조형물과 벽화로 관광객을 늘렸다고 자랑하기보다 깊이를 갖춘 거시적인 안목으로 도심에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도심제조업 부활에 눈을 돌리는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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