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항복 조건을 받아들이자는 것인가?

홍순목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6년 09월 12일 월요일 제10면

홍순목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jpg
▲ 홍순목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멧돼지 한 마리가 나무 그루터기에 엄니를 갈고 있었다. 그때 근처를 지나던 여우 한 마리가 우연히 그 모습을 보고는, 또 놀릴 거리를 하나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변에 숨은 적을 두려워하는 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멧돼지는 이를 본체만체하며 계속해서 엄니를 날카롭게 갈았다. 결국 여우는 멋쩍은 듯 웃으며 멧돼지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엄니를 갈고 있나요? 당장에 위험에 처한 것 같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그의 말에 멧돼지가 대답했다. "그건 그렇지요. 하지만 정말로 내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엄니를 갈 시간 따위는 없을 겁니다. 이 무기를 곧바로 써야 할 테니까요. 아니면 내가 당하고 말 겁니다" 이솝우화의 ‘멧돼지와 여우’라는 이야기 전문이다.

 사드 배치를 두고 국론분열이 계속되고 있다. 사드 배치 후보지로 성주가 결정되자 인체 및 농작물에 대한 유해성 논란으로 번지면서 해당지역의 반발이 격하게 일었다. 이후 그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해소된 듯했지만 정치권이 찬반논쟁에 뛰어들면서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드배치를 찬성하는 당론을 택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당론을 택하지는 않았지만 주장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반대 입장이 명백함을 알 수 있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측은 사드는 방어용 미사일로서 핵무기와 이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 기술을 점차 개발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위권을 확보하기 위한 자주 국가의 당연한 권리라고 이야기한다.

 반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측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 배치가 결정됐고 이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00년 마늘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 후에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개발을 위해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상황에서는 방어용 미사일인 사드배치 반대의 명분은 약해 보인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도발 등 주기적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도발과 서울 불바다 운운하는 상황에서 정당한 자기 방어까지 포기한다면 국가가 어떻게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까?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 왜국에 통신사로 갔다가 돌아온 뒤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이 ‘장차 조선에 전란이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로 나뉘어 다투었다. 일본 풍신수길이 공공연하게 조선과 중국뿐 아니라 인도까지 넘보겠다는 호전적인 모습 앞에서도 조선 조정은 ‘전란에 대비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등 논란만 거듭하다가 결국 임진왜란을 겪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국토를 수호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다.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누란지위의 국가 위기 상황 앞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여야가 서로 다툰다면 결국 어부지리를 얻는 쪽은 누구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솝우화 속의 멧돼지는 거대 포식동물 앞에서 항상 긴장하며 평상시 엄니를 갈아야 한다. 멧돼지에게 엄니를 가는 것은 사치의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의 문제이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남한산성을 포위한 청나라는 조선이 11가지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항복을 받아들였고 인조는 삼전도에서 치욕을 당했다. 청이 제시한 11가지의 요구사항 중에서 9번째는 ‘조선은 성곽을 보수하거나 새로 쌓지 않는다’였다.

 지금도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묻고 싶다. 지금 우리는 중국의 항복조건을 받아들이자는 것인가?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기호일보 (http://www.kihoilb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