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극장인 ‘추억극장 미림’에서 활동하면서 바뀐 생각은 이래요. ‘어르신이 주로 이용하는 극장’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젊은 시절에 좋아했던 영화를 나이 들어서 이런 영화관에서 나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으로요."

추억극장 미림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파견한 7명의 예술인 중 한 명인 시각예술가 염지희(31)의 말이다.

우연히 일하게 된 영화관이 좋아 눌러앉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하와이언 레시피’처럼 이렇듯 인생의 어떤 경험이 때로는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오랫동안 인천시 계양구에 살아왔지만 중구나 동구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고 몰랐던 것이 정말 많아요. 인천아트플랫폼 6기 입주작가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고서점이 즐비한 배다리 골목 등 전통 문화공간들을 알게 돼 실버극장을 돕는 일로도 이어졌네요."

하지만 뭐든지 한 번에 되는 일은 별로 없다.

"극장이 노인과 젊은 세대가 함께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8월 공포(Horror)영화 상영회를 열었는데 반응이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이에 미림극장 관계자들과 파견 예술인들은 지난 10일 ‘미림의 낮과 밤’이란 토론회를 열고 극장 공간 활용법 등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그는 여기서 영등포시장 인근에 있는 ‘다소유’ 이야기를 꺼냈다.

"LP판을 트는 뮤직카페인데 입소문이 나 지금은 그 지역 예술인들의 집합소, 아지트예요. 좋은 공연도 열려 젊은 층 등 모든 세대가 어울리는 그곳을 가 보고 추억극장 미림도 그런 식으로 성장하면 어떨까 하는 차원에서 던진 화두죠."

사실 그의 바쁜 일정 탓에 인터뷰는 정말 어렵게 성사됐다.

"8월 서울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열린 제4회 아마도 애뉴얼날레(단체전)가 끝나 이제는 10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되는 개인전을 준비 중이에요."

원래 영상영화과를 전공한 그가 회화과로 전향해 시각예술가로 뛰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하하하. 협업이 주된 영화보다는 아무래도 개인의 색깔을 표현하는 작업이 적성에 맞나 봅니다. 전업 작가로서의 지금 고민요? 배우 차승원이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한 말인데요, ‘일을 하기 위해서 인생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을 잘 살아내기 위해 일을 잘 하는 것’이라는 ‘잘 사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살려고요."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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