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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식 (사)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장
원님이 보리밥을 먹는데 아전이 쌀밥을 먹으면 고을에 억울한 일이 일어날 수 없다. 그러나 원님과 아전이 한통속이 되어 쌀밥을 먹기 시작하면 고을의 백성은 허기진 배를 냉수로 채워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요즘 정치, 경제, 법조계 등 사회지도층 전반에 걸쳐 부정부패와 비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국가사정기관이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고 큰 소리쳐도 부정부패는 고구마줄거리에서 고구마가 달려 나오듯 연일 지면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오죽하면 일명 김영란법이 생겼을까.

 비윤리적인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도덕이 밥 먹여 주느냐고 비웃는 한, 그들이 욕심을 버리고 청빈한 관료가 되겠다는 각오를 갖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가 사라진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계속 터져 나오는 법조인 비리를 보면 현직 부장판사가 뇌물혐의로 구속되고 부장검사가 수상한 돈 거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죄짓고 나쁜 짓 하는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 판사나 검사까지 동료들에게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아야 하는 서글픈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범죄를 저질렀어도 검사나 판사의 범죄는 일반국민들의 그것과는 구별돼야 한다. 이들이 부정한 돈에 무너지면 청렴 문제를 넘어 법치국가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법치국가를 버티고 있는 주춧돌이 무너지고 법조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빈한 관료는 부유층 앞에서는 당당하고 가난한 백성의 아픔을 보면 함께 아파한다. 게을러서 가난하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면서 검소하게 사는 것은 더러운 짓을 하면서까지 부자로 사는 것보다 훨씬 당당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우리는 행복을 누린다는 것이 어렵다고 봐진다. 일부이긴 하지만 벼슬을 한 사람들이 앞다퉈 제 욕심 채우기에 급급하다 보니 행복은 고사하고 도둑질 방법만 배우는 꼴이 된다. 요즘 언론에 터져 나오는 권력형 비리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언제나 비리 없는 사회에서 살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기업하는 사람이 정당하게 돈을 벌기보다는 권력을 이용해 한탕주의가 판을 치고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만족하지 않고 검은돈을 넘보다 보니 사회가 부패와 혼란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은 백성을 언덕으로 삼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성인들의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언덕이 없으면 어디다 기댈 것인가. 그렇다고 관료나 정치인들에게 옛날 선비처럼 부인이 바느질 품을 팔 정도로 가난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공직자의 신분과 어울리지 않는 치졸한 작태는 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한동안 부정부패가 사라지는 듯싶더니 또다시 불거지는 각종 권력형 부정 부패사건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노라면 정말 답답해서 하는 말이다.

 이제 기업을 하는 기업인이 권력을 넘보고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돈에 욕심을 부리는 일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업 수완이 뛰어난 기업인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서 전문지식도 없으면서 정치판에 뛰어 들어 권력을 탐낸다거나 관료나 정치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큰 재산을 모아 부자가 돼 보겠다는 허황된 꿈을 버려야 올바른 국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법조인, 이들은 사회정의를 앞장서서 지켜 사회에 소금이 돼야 할 사람들이다. 이들이 주고받은 부정한 청탁은 불의와 부정, 비윤리와 무책임으로 점철된 일부 정치인과 권력자들 간에 이뤄진 사건들로 철저하게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한다.

 옛말에 고기 맛을 아는 스님은 파계를 하게 마련이고 자기 본분을 망각하고 재물에 어두운 원님은 자기가 지어놓은 감옥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교훈으로 삼고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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