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국회의원.jpg
▲ 박남춘 국회의원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지나갔습니다. 주말로 이어진 추석 연휴 덕에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과 긴 시간을 함께 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고향에서 반가운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추석 연휴에도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국회 의원회관입니다. 매년 추석 무렵이 되면 저와 보좌진들은 평소보다도 훨씬 분주해집니다. 보통 추석 직후로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국회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 때문에 공무원들의 업무가 마비된다는 비판을 합니다. 그러나 저와 보좌진들이 자료 제출 때문에 정부 공무원들과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피감기관인 정부는 자신들의 잘못이 담겨있는 자료를 쉽사리 국회에 제출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청한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전혀 다른 내용을 제출하기도 하고, 자료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오랜 시간을 끌다가 자료를 제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포괄적인 자료 요청으로 그 의도를 숨겨야 할 때도 있고, 또 때로는 요청한 자료를 정확히 받기 위해 아주 구체적인 조건까지 지정해 요청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국회에서도 일부 불필요한 자료를 요구하는 관행은 개선해 나가야겠지만, 정부에서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아 국정감사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행위도 근절돼야 합니다. 국정감사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사업과 예산을 감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며,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잘못된 부분을 행정부는 겸허히 수용하고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오는 26일 행정자치부를 시작으로 안전행정위원회 소관 부처와 산하단체에 대한 감사가 시작됩니다. 안행위에는 국민안전처와 경찰 등 국민의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처들이 소속돼 있다 보니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 정권하에서 국민의 안전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습니다. 경찰청은 살수차를 납품받으며 납품업체로부터 ‘사람에게 직접 살수할 경우 사망이나 중상이 이를 정도로 매우 위험해 직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된 매뉴얼을 받았음에도 직사살수를 금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2015년 11월 14일 경찰이 쏜 직사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10개월 가까이 사경을 헤매고 있지만 제대로 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진행된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도 경찰은 사건 직후 자체 조사한 내용이 담긴 가장 기초적인 자료의 제출을 거부하며 진상규명을 방해했습니다.

 지난 1~2일 진행된 세월호 3차 청문회는 해경 관계자 등 핵심증인과 참고인 대다수가 불참한 상태로 진행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다르게 해경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식당 칸이 아닌 텅 빈 조타실 근처에 공기를 주입하며 국민들을 현혹했다는 사실과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고 알려져 있는 수중탐사로봇이 사실은 선내 진입에 실패했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습니다.

 이처럼 누구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우리 정부가 오히려 집회시위의 과잉진압을 전면 부인하고, 미숙한 재난 대응 과정의 잘못을 숨기기에 급급해 불성실한 자료 제출과 청문회장 출석 거부 등의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일선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대다수의 공무원들의 노고와 애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이 바라는 ‘공정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서도 잘못된 제도는 바꾸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 나가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정부와 더 치열하게 논쟁하고 요구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에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지 않고, 부정과 불평등이 발생되지 않도록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주요 사안들에 대해 객관적이고 더 꼼꼼히 짚어가며, 20대 첫 국정감사를 착실하게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