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 ‘공순이’가 아닌 이 나라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산업 역군’이다."

박동철(53)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본부장은 우리나라 1호 국가산단인 남동산단(남동인더스파크)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비하하거나 자존심에 상처 주는 말을 올 추석에는 더 이상 듣지 않았으면 했다.

추석 명절을 쇠러 고향으로 떠나는 동생의 어깨를 토닥이는 누이처럼 그는 산업단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그 또한 귀성길을 서둘러야 하지만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최근 산단 내 경기 상황 등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지표에서 부정적인 신호가 계속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산업동향 통계 자료를 보면 남동산단 내 6천700개 업체 중 가동 업체 수는 6천586개로 이 중 2곳에서 파산 절차가 진행 중이며, 50인 미만 영세 업체가 95%(6천387개)를 차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생산실적은 12조5천억 원으로 지난 한 해 26조4천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고용 현황도 지난해 말 11만1천700여 명에서 10만3천400여 명으로 줄었다.

남동산단의 속사정을 줄줄 꿰고 있는 박 본부장은 누구보다 ‘구조고도화’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갖고 있다. 인천 경제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남동산단이 영세 소기업과 임차업체의 급증으로 갈수록 생산과 고용 규모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장 부지를 빌려쓰고 있는 업체가 70%를 넘고 있어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산단 노후화만 부추긴다고 그는 보고 있다.

"남동산단은 R&D(연구개발) 시설이 집적화된 송도와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연수·논현 등 3각 지구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첨단 도시형 산업단지로 탈바꿈하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박 본부장은 올해로 10년 가까이 추진해 온 산단 구조고도화 사업을 자생적인 민간 주도로 맡기고, 산단 내 근로자 기숙사를 증설하고 아이를 맘 놓고 맡길 보육시설을 짓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산단 내 공장 울타리를 밝고 화사하게 색칠했다.

"조성된 지 30년이 넘은 남동산단은 이미 1세대 경영인이 물러나고 2세대 경영인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와 전기·전자 등 전통적 제조업 중심의 업종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전에 로봇과 항공 등 첨단 업종의 우수한 인재가 찾아올 수 있는 근무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곳에서 2세 경영인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박 본부장은 이제 산단의 모습도 새롭게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산단을 ‘공원’처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 남동산단은 그동안 ‘국가 1호 산단’이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악취와 분진 등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심심하면 터지는 강력사건으로 도시 이미지마저 실추시켰다.

"산단 내 집단 보육시설이 있지만 아직은 아이들을 맡기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이들 보육시설에 근로자들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산단 환경을 만들고 싶다."

명절을 보내고 다시 직장에 복귀할 근로자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으면 하는 박 본부장의 신념과도 같은 생각이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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