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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국성 변호사
중용 제12편에 기록돼 있는 글이다. 부부의 근심, 부부의 어리석음 등으로 책에는 해석돼 있다. 중용 제12편의 전체 글을 읽어 나가다 보면, 군자의 도가 부부의 어리석음 속에도 숨어 있다는 부분이 나와 있는데 책의 다른 내용과 함께 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태어나서 학교를 졸업하고 대략 군대를 마칠 무렵에는 남자들은 자의반, 타의반 맘에 맞는 짝을 구해 결혼을 하고 부부관계를 성립하게 된다. 학문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경험과 경륜이 많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 독립된 주거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사회적으로나 인생적으로나 경험과 경륜을 축적해 나아가야 하는 사회, 인생 초년생들이 만나 부부가 되니, 이들이 부부관계에서 겪는 희로애락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같은 장소에서 같이 동거 생활을 하면서 서로 돕고 서로 위해주고 성적으로 순결히 상대방만을 상대로 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런 형식적인 의무와 책임의 이행만으로 부부관계가 성공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런데 어느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사회 가구의 구성원 수, 즉 가족의 숫자 통계를 보니 전체 가구 중에서 1인가구가 제일 많고 4인가구가 가장 적었다고 한다. 1인가구는 말 그대로 혼자 사는 가정이고 부부가 없는 가정이라는 것이다.

 혼자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보니, 전통적인 부부와 자녀 1내지 2인을 전제로 한 기존의 사회제도와는 전혀 다른 생활방식도 나타나서 1인가구를 위한 별도의 제품과 시장도 형성이 되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앞으로 다가오는 사회에서는 1인가구 숫자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미래예측이다. 홀로 사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면 그에 맞게 사회제도, 정책, 인식도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게 되면, 중용 제12편에서 말하는 부부관계에 대한 부분도 진짜 고전에만 나오는 사회가 도래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다. 부부가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워 대를 잇게 한 후 생을 마감한다는 기존의 삶의 형태는 고전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 평생을 홀로 살다가 대를 남기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세대가 등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부 관계를 맺고 자녀를 낳고 대를 잇게 하는 가정의 모습은 점점 소멸할 수밖에 없고, 차원과 인식이 다른 별도의 개념과 형식이 기존의 가정의 개념을 대체할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 이번 추석에 처남 부부, 처제 부부를 만나고 조카들도 많이 만나 서로 안부를 묻고 모처럼 용돈도 줬다. 하루가 다르게 나보다 커가는 조카들을 보는 것도 보통 즐거움이 아니다. 처남 부부와 처제 부부를 만나 도란도란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 받고 식사를 같이 하는 것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10여 명이 한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서로 격려해 주고 건강을 보살펴 주고 안부를 묻고 서로 안아주는 이 조그만한 행복도 내가 아내라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 가정을 이뤘기에 맛보는 것이다. 그런데, 홀로 사는 사람들은 이러한 행복을 맛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홀로 살고자 노력해서 홀로 살게 됐다면 그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없다. 나는 가정을 이루고 싶고 , 결혼도 하고 싶은데, 사회와 경제의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결혼도 할 수 없고 아이도 낳을 수 없게 하는 바람에 원치 않는 1인가구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면 큰 문제이다. 결국은 사회가 개인의 행복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구조적으로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지우 ! 부부관계에서 군자의 도를 발견한다는 중용의 진리는 영원하다. 아내와 자녀들과의 관계조차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군자라고 할 수 없고 군자가 될 수도 없다. 하지만, 결혼하고 싶어도 결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구조라면, 너무나 슬프고 화가 난다. 더 많은 사람이 부부관계를 맺고 자녀로 하여금 대를 잇도록 할 수 있는 사회가 해체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일상에서의 작은 행복을 맛본 올 가을 추석에, 중용 제12편의 부부지우를 읽어 보면서, 부부제도마저 해체해 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비인간화 현상과 황폐화에 대한 심각한 우려심이 들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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