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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매년 9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가 제정한 ‘세계 치매의 날’이다.

 노년기에 주로 발생하는 치매는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국내에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막대한 피해와 부담을 준다. 특히 치매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고 발견이 어려워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이 병을 최초로 발견한 독일 의사 엘로이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만성질환으로, 환자에게서 인지 기능의 저하가 진행되다 결국에는 일상생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오늘날 이 병은 전 세계적으로 흔한 질환이 됐으며, 성인의 사망 원인 중 심장질환·암·뇌졸중에 이어 네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65세 노인인구의 5~10%, 70세 이상 노인인구의 약 15%, 85세 이상 노인인구의 25~40% 정도가 치매 환자이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젊은 시절에 정상적으로 분해돼 배출되던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신경세포 사이에 축적돼 정상적인 뇌기능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유해 단백질을 ‘베타 아밀로이드’라고 한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조직을 현미경으로 보게 되면 비정상적인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응집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단계에 따라 1단계부터 4단계까지 구분할 수 있다. 초기에는 기억력 장애부터 시작해 대화 도중 같은 말과 질문을 반복하거나 최근 대화 내용을 잊어버린다. 이러한 증상들은 질환 초기에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가족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 자신도 이러한 증상을 무시하거나 부정하고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후 증상이 악화되는 중증도 상태인 3단계부터는 목욕·옷 입기·식사 등 일상생활을 보호자에게 의존해야 하며, 때로는 망상과 환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중증의 상태인 4단계는 24시간 관리와 보호가 필요한 상태로, 가족들에 대한 기억조차 사라진다. 자발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로 의미 없는 단어만을 전달한다.

 이를 진단하기 위해 필요한 검사는 혈액·신경심리·뇌영상 검사 등이 있다. 혈액검사는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전신 질환의 유무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고, 신경심리검사와 뇌영상검사는 인지 기능 저하의 정도와 원인 질환의 감별을 위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아밀로이드 PET-CT가 개발돼 사용 중이다. 아밀로이드 PET-CT는 뇌 안의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 유무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아직까지 알츠하이머병을 완치할 수 있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고,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약물도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을 포함해 운동·인지치료 등을 초기부터 병행한다면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으며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문제가 되는 이상 행동의 치료에 매우 유용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든 질환과 마찬가지로 알츠하이머병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인지 기능의 저하가 심하지 않은 초기 상태에서 약물치료를 포함해 운동·인지치료를 실시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많은 약제들이 개발 중에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는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나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 아래 2008년도부터 국내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시행 중이다. 아울러 2014년부터 치매를 기후변화, AIDS에 이어 전 인류가 대처할 문제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공동의 대처 방안을 연구 중이다.

 <도움말=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구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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