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박종관-선생님-(3).jpg
성남시 판교동에 위치한 아이머스(iMUS)실용음악학교는 음악계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이름이 꽤 알려진 곳이다.

 2011년 설립된 비인가 대안학교로, 대안학교법이 좀 더 다듬어지고 있는 과정을 지켜보며 기독학교로서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의 인가를 현재 계획 중이다.

 아직 재학생들은 대학 입시를 위해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치러야 하지만, 이 학교 정규교육만으로도 졸업생 전원이 합격했을 정도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기본기와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외국 대학 진학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과정으로 인해 오히려 졸업생 상당수가 해외에 유학가고 있다는 점이 또 다른 특징이다.

 아이머스실용음악학교의 커리큘럼은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드문 경우라 매우 생소하다. 보컬·기타·드럼·키보드·베이스 기타·작곡·음악 프로듀서 등 다양한 전공과목별로 30명 내외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아마 이런 독특하고 흥미로운 교육과정이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듯하다.

 학교가 조그만 탓도 있지만 이 학교에서는 행정을 담당하는 교사가 딱 한 명 있다. 바로 박종관(46)교감선생님이다. 일반 학교에 있는 학생부장이자 교무부장, 연구부장, 상담부장, 진학부장 등을 모두 겸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하는 채플 과목도 담당하고 있다.

 원래 직업은 목사이다. 그는 서울장신대·아세아연합신학대·서울장신대 예배찬양사역대학원을 졸업해 주님사랑의교회 예배디렉터 등 많은 교회에서 일하다가 권광은 교장선생님이 학교 설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합류했다.

17-박종관-선생님-(5).jpg
 "서울장신대 예배찬양사역대학원에 다닐 때 권광은 교장선생님은 교수이셨기에 학교 설립 취지를 듣고 미련 없이 뛰어든 거죠. 제대로 된 학교를 한 번 만들어 보자는 말씀에요. 도덕과목 시험 점수는 100점이지만 양심은 0점인 학생을 배출하는 학교가 아닌, 진정한 학교를 세워 보자는 뜻이 좋았어요."

 그래서 세워진 학교가 블리스학교(중학교)와 아이머스실용음악학교(특성화고등학교)이다. 중·고교 연계교육을 고려한 생각에서다.

 이 학교만의 학생 지도 방식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우선 학교교육과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처음엔 머리를 갸우뚱했지만 듣고 나서는 자연스레 끄덕일 수밖에 없을 정도의 신기한 내용이 많았다.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진 시간표가 아닌 학습목표에 맞게 자율적으로 과목을 선정할 수 있는 자율시간표 등 ‘자기계획학습’이 우리 학교만의 자랑거리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국내 최초 교육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파격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자율적이라 신선했고, 이런 교육시스템을 운영하는 국내 대학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작곡 전공인 학생을 예로 들면, 화성악·피아노 등의 기본 과목이 주어지지만 나머지 시간은 자기가 계획을 세우죠. 이렇게 세워진 시간표를 선생님들에게 보여 드려 허락받고, 나중에 어떻게 연습을 했는지를 작성해 제출하는 시스템이죠."

 이런 모든 계획 작성과 실적 제출이 개인별 자기계획학습(SPL:Self Planning Learning) 다이어리를 통해 이뤄진다는 부연이다.

 "기독교적 신앙과 자기 발견을 통해 미래형 문화리더들을 키워 내자는 교육목적을 이해하신다면, 어른들의 용어가 아닌 아이들의 말로 쉽게 다시 설명 드리면 진짜 뮤지션(음악인)을 키워 내는 것이 우리 학교의 방침이기에 철저한 음악 기본기 교육이 뒤따른답니다."

 이제야 학생 지도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다는 눈치다.

 "소규모 반에서 아이들이 남녀 구별 없이 수업을 받고, 공연을 연습하고, 실제 무대에 함께 오르다 보니 너무 친한 게 문제인 것 같아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떤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스스럼없이 한 말에 대해 그 여학생이 학교 캠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그 말이 수치스럽다며 절교하자고 폭탄선언(?)을 한 일화였다.

 "여학생의 말에 충격을 받은 그 남학생이 갑자기 행방불명되는 일로 이어졌죠.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제목처럼 남자와 여자가 생각하는 방식이나 언어, 행동 등 모든 점에서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보였어요. 어쨌든 남학생의 잘못을 여학생이 용서해 일이 잘 마무리됐죠."

 

17-박종관-선생님-(1).jpg
소위 예술하는 학생들에게서 높게 나타나는 술·담배 문제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이 문제에 대해선 엄격해요. 다른 학교처럼 3번 적발되면 퇴학 조치해요. 퇴학 조치를 놓고 학교에서 딱 한 번 회의가 벌어졌는데 대부분 선생님들의 반응이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이런 결론을 내렸어요. 그 학생에게 ‘퇴학’과 ‘강릉까지 걸어가며 잘못을 뉘우치기’란 두 가지 제안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요. 그런데 기회를 달라며 강릉으로 가겠다고 대답해 내심 기분이 좋았죠."

 200㎞에 달하는 학생의 도보 행진에 권광은(교장)·박종관(교감)·최원진(영어)선생님이 함께했다고 한다.

 "실제로 해 보니 일주일이나 걸리더라고요. 하하하. 그런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이 됐다고 하면 믿으실지 모르겠네요. 마지막 날엔 학생 아버지도 반성 걷기 여행에 동참하셨죠."

 박종관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학생부장이라는 직함이 굳이 필요없다는 설명이다.

 "문제가 많아야 학생부장이란 일도 필요한 거 아니겠어요? 지금 국내에 있는 대안학교들을 아직도 과거의 문제학교라고 보시면 안 돼요. 최고 일류 학교라는 명성을 얻는 곳이 꽤 많아요."

 학생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학생부장 역할이 아닌, 아이들의 앞길에 조언해 주는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하는 박종관 선생님.

 "이 학교 입학을 위한 오디션 때 기타 코드 세 개로 작곡한 음악을 선보인 학생이 있었죠. 아마 일반 학교였다면 분명 탈락했을 거예요. 그런데 동요 ‘학교 종이 땡땡땡’을 칠 수 있는 기타 실력만 보유한 그 학생의 놀라운 작곡 실력을 관심 있게 본 선생님들에 의해 성장해 지금에는 외국 유학을 갈 정도죠. 이게 선생님들이 해야 할 진정한 역할 아닐까요?"

#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인생 좌우명이나 교육철학은 무엇입니까.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어디를 가든 가슴 뛰는 일을 하라’고 늘 말해요. 또 목사이기에 ‘내가 지나간 자리는 예수님만 남겨라’라는 개인적인 좌우명을 늘 마음속에 두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별명은 무엇입니까.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가급적 최대한 망가지려고 해요.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뜻은 아니고,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제게 ‘재미 있는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학생이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목사인지라 별명까지 붙이지는 못 했나 봐요.

-대안학교 선생님으로서의 자부심은.

▶대안학교를 아직도 잘 이해 못 하시는 분이 있어요. 제 아들 박준원이 대안학교 중학교를 거쳐 현재 이 학교에서 음악을 배우고 있답니다. 이 말 한마디면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까요?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