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 여기자가 적절치 못한 차림으로 수해 복구 현장을 취재했다는이유로 정직을 당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의 샤먼 TV 방송국은 소속 여기자가 슈퍼 태풍 므란티가 덮친 수해 복구 현장에서 선글라스와 양산을 쓴 채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 20일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여기자는 현장에서 복구작업 중인 자원봉사자를 인터뷰하던 도중 사진에 찍혔고, 사진은 기자의 취재 태도가 적절치 못하다는 비난과 함께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확산했다.

선글라스와 양산을 쓰고 취재하는 中여기자 [웨이보 캡처]
선글라스와 양산을 쓰고 취재하는 中여기자 [웨이보 캡처]

특히 므란티가 푸젠성을 포함한 중국 동남부를 강타해 수십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논란이 커지자 샤먼 TV 방송국은 성명을 통해 "소속 기자 중 한 명이 규정을 따르지 않고, 인터뷰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며 "이는 기자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직 처분을 발표했다.

여기자에 대한 정직처분을 발표한 샤먼방송 [웨이보 캡처]
여기자에 대한 정직처분을 발표한 샤먼방송 [웨이보 캡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정직 처분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인터뷰 도중 선글라스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방송국 규정이 실제로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단순히 사회적으로 공분이 일었다고 정직시킨 것 아니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초기에 온라인에 사진을 올린 누리꾼도 정직 처분은 너무 가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의견 역시 비난을 받는 등 기자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내부 경고로만 충분했다고 BBC와 인터뷰한 여성에게도 누리꾼들은 비난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재난 재해 현장에서 기자의 태도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헝가리에서도 있었다.

헝가리의 극우성향 방송사인 N1TV의 카메라 기자였던 페트라 라슬로는 작년 9월 헝가리 뢰스케 근처의 난민수용소에서 경찰의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난민들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고,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라슬로가 소속된 방송사는 라슬로를 곧 해고했고, 헝가리 검찰은 이번 달 7일 라슬로를 질서위반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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