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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은 화성동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장
올해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특징 짓는 키워드(key word)에는 아마 ‘갑질’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작년에 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 ‘베테랑’과 코미디 빅리그 ‘갑과 을’의 흥행 요소는 을의 신분이라고 생각되는 관객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선사함으로써 공정한 사회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방향지시등 신호도 없이 거침없이 들이대고는 굉음과 함께 사라지는 덤프트럭 등 대형차나 고급 외제차를 보자니 ‘큰 차, 고급차 운전한다고 갑질하나’ 라는 생각과 사고 위험에 나도 모르게 쌍욕이 저절로 나온다.

정말 원통하고 분하다. 현대판 원억미신자(寃抑未伸者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풀어 해결하지 못한 자)가 따로 없다.

1401년 조선 태종은 대궐 앞에 북을 달고 어려움에 처한 백성이 있으면 북을 울려 왕에게 하소연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북을 칠 수 있는 사건의 종류가 제한됐을 뿐만 아니라 한양 부근에 사는 백성들만 현실적으로 이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널리 이용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615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의 원억미신자를 구제하는 것은 없을까? 바로 현대판 신문고인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와 경찰청 스마트 국민제보 앱을 통해 난폭운전 등 교통 위반 내용을 신고하는 것이다. 접수 후 7일 내(공휴일 제외) 처리 결과까지 친절하게 답변해준다. 화성동부경찰서 통계에 의하면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난폭운전 등 범법 차량 신고가 전년 대비 65%(3천822→5천924)나 증가했다. 그만큼 착한 운전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있는 셈이다. 든든한 조력자인 블랙박스 영상까지 첨부하게 된다면, 증거를 대라며 소리치는 악성 민원도 빠져나갈 수 없다. 난폭한 갑질 운전에 대한 스마트한 을의 통괘한 반격이라고 할 수 있다. 갑과 을 구분 없는, 또한 억울하다며 북을 울릴 필요가 없는 교통 선진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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