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 부정청탁을 막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추진해 온 기업 지원 활동에 족쇄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박선국(54) 인천지방중소기업청장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법 시행을 1주일 여 앞두고 그는 사무실에서 예정됐던 모임을 취소하고 조정하느라 전화기를 분주히 돌리고 있었다.

"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풀어야 할 규제는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데, 이제는 그런 활동조차 부정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 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 청장이 참여하거나 이끌고 있는 기업인 관련 모임만도 20여 개가 넘는다. 그는 앞으로 이들 모임에 어떤 형식으로 참여할지 고민인 앞선다고 했다. 각종 경제인단체 산악회와 직장인 사회인 야구리그에도 참여하고 있는 그는 청장이란 직분이 이들과의 스포츠 활동에도 제약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기업은 생물과 같아서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갖지 못한다면 독자 생존할 수 없습니다. 이들이 융합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정부와 관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인천에 154개의 화장품 관련 제조업체가 있지만 가까운 중국 시장에도 완제품이 아닌 값싼 원자재를 벌크(bulk) 화물로 수출하고 있다며, 이들 화장품 제조사들이 공동 개발한 ‘어울(Oull)‘이란 공동브랜드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초 개성공단이 전면 폐쇄되면서 이곳에 입주해 있던 18개 인천지역 업체가 도산위기에 놓이자, 누구보다 ‘동분서주’하며 기사회생을 도왔다. 당장 일손이 없어 가동 중단 위기에 놓인 업체에 외교부와 법무부를 찾아 다니며 외국인 근로자와 교도소 노역자들을 공급했다. 또 이들이 또 다른 활로를 모색할 수 있게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경제인 모임에도 대동했다.

"업체 사장이 돌아가며 모임을 주선할 수 있게 하고, 모임 장소도 해당 기업 구내식당에서 사장의 IR(기업설명회)을 들으며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업체들끼리 협업이 이뤄지고, 새로운 딜(거래)이 생겨 나더군요" 그는 중소기업도 힘을 모으면 대기업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젊고 유능한 인재를 찾지 못하고 있어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취업자의 88% 중소기업에서 일을 합니다. 그러나 이들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인력구조를 보면 절반이 외국인 근로자고, 나머지 관리자급에 50~60대가 대부분입니다. 고학력의 청년 일꾼들은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이유로 중소기업에 눈조차 돌리지 않고 있습니다" 박 청장은 우리나라 ‘임금구조의 양극화’가 중소기업 육성에 커다란 장애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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