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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근 인천경영포럼 환경분과위원장
소래산에서 만월산, 호봉산, 원적산, 철마산을 거쳐 계양산까지 인천 종주길을 찾아 나선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지금은 한남정맥의 인천구간이라고 모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이 산길은 그때만 해도 전체 구간을 알고 있던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인천의 등산인조차 낮은 능선으로 치부하고 외지의 높은 산만을 찾아 나서던 시절이었다. 당시 필자는 인천의 종주길을 찾기 위해 각 산(봉우리)의 들머리와 날머리를 여러 번 찾으면서 소래산에서 계양산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일일이 확인했다. 지금은 개인의 능력 차이가 있으나 그것이 11시간 전후로 종주할 수 있는 인천꾼들의 대표적인 산행 코스가 됐다.

 인천시립박물관(청량산), 문학산, 인천대공원을 거쳐 만월산을 지나 계양산까지 행군 후 강화 마니산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가는 걸음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자 인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창단한 ‘인천바로알기종주단’의 최초 코스 역시 인천 종주길을 기반으로 했다. 인천바로알기종주단은 인천의 S자 녹지축을 최초로 걸으면서 청소년으로 하여금 극기와 인천의 정체성을 스스로 깨닫고 느끼게 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지금도 4박 5일, 5박 6일, 6박 7일 일정으로 진화하며 계속 운영되고 있다.

 최근 인천시가 도시개발로 단절된 녹지축을 연결하는 ‘인천종주길’ 복원사업에 본격 착수한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인천시장 이하 공무원들, 산악협회 임원들과 인천녹색종주길을 탐방하는 기사가 실렸다. 내용을 보니 2025년까지 시내 산 15곳과 하천 2개, 8개의 공원을 잇는 국비(26%), 시비(59%), 민간자본(15%)등 488억이 소요되는 엄청난 계획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 기사를 보며 도시의 확장과 개발로 인해 끊어진 한남정맥을 연결한다기보다 녹지축을 위협하는 검단~장수 간 도로개설 사업의 또 다른 버전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녹지축 연결을 통해 시민들에게 치유의 공간을 제공하며 야생 동·식물들의 서식 공간을 연결한다는 사업 취지에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그동안 인천시는 큰 예산을 들여 징맹이고개와 원적산에 생태터널을 설치했고 만월산과 봉재산을 잇는 교량을 놓았다. 그렇다면 이 생태터널과 연결교량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를 제대로 한 후에 또 다른 사업을 결정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울러 현재의 등산로도 너무 많고 넓어 산을 신음하게 하는데, 등산로 폐쇄와 안식년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마당에 대놓고 편의를 위해 등산로를 만든다는 발상에 어이가 없었다. 자칫 인천녹색종주길 조성이 도심 녹지축을 더욱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까 걱정스럽다.

 제주도 올레길의 성공으로 각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걷는 길’을 개발한다고 엄청난 재원과 인력을 투입했었다. 인천시 역시 광역과 기초단체에서 경쟁적으로 둘레길, 누리길, 비타민길, 문화누리길 등을 각 산과 하천을 중심으로 꾸며 놓았다. 이렇게 조성된 여러 길도 제대로 된 평가가 없었다. 인천의 대표적인 길인 ‘인천둘레길’이 당초 조성 목표에서 다소 변질됐고 향후 제대로 된 치유의 길, 여가문화 확산, 애향심과 정주성 향상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으로 안다. 형편이 이러한데 왜 지금 행정이 대대적으로 나서서 녹색종주길을 새로 개설하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천시 관계자들에게 인천 종주길 사업을 위해 산길을 걸으며 과연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묻고 싶다. 인천의 산들은 우리가 알다시피 높고 험한 지형이 별로 없다. 기존 인천둘레길이 대부분의 산과 하천을 포함하고 있는 이유다. 둘레길 코스 중에는 새로 조성하려는 정상의 종주길과 크게 차이가 없는 곳이 여럿이다. 사업의 중복을 피하고 집중해야 한다.

 이번 추석 연휴에 인천 종주길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가슴 아프게도 한남정맥이 엄청나게 훼손된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복원을 명분으로 섣부르게 손댄다면 인천시가 주장하는 ‘인천 가치재창조’가 아니라 ‘인천 가치재파괴’의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투자된 막대한 혈세는 인천시민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생각. 엄청나게 증식된 도시 회색인프라를 상쇄할 S자 녹지축이 현 세대만의 몫이 아니라 후손들도 누려야 할 자원이라면 신중하게 토론하고 소통하며 시간을 갖고 결정돼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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