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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와는 다른 매력을 선보인 멜라니를 기억하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불꽃같이 뜨겁고 정렬적인 스칼렛에 비해 차분하고 연약하지만 강인한 의지의 현명한 여인상으로 그려진 멜라니. 그녀를 연기한 여배우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지난 7월 1일 파리에서 100세 생일을 맞이했다. 올리비아는 40편이 넘은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멜라니로 기억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그녀에게 보다 포커스를 맞춘 작품 한 편을 소개하려 한다. 1949년작인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는 사랑의 아픔을 통해 성장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영화로, 눈물을 동반한 신파극이나 뻔한 스토리의 통속 드라마와는 거리가 있다.

 1840년대 미국 뉴욕. 캐서린은 명망 있는 의사 오스틴의 외동딸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상속녀다. 죽은 아내와 비교했을 때 여러 면에서 한참을 못 미치는 딸아이의 모습에 아버지는 걱정이 많다. 시선을 끌지 못하는 외모와 내성적인 성격, 패션감각 및 사교성에 있어서도 어느 하나 변변한 구석이 없는 딸아이가 그나마 잘하는 것이라곤 집 안에서 수를 놓으며 지내는 일뿐이었다. 그런 딸이 걱정인 아버지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캐서린의 사교활동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누구 하나 캐서린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 쓸쓸한 무도회를 보내던 중 캐서린은 매력적인 청년 모리스를 만나게 된다. 그는 유쾌했고 매너도 좋았으며, 언변도 훌륭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생긴 남자였다. 모든 여성의 이상형과도 같은 그런 남자가 캐서린에게 사랑을 고백해 왔다. 두 사람은 다소 빠른 감이 있었지만 진실한 감정임에는 이견이 없었다. 캐서린은 아버지의 축복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단호하게 그녀의 결혼을 반대하고 나섰다. 아버지는 모리스가 딸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사기꾼임을 간파한 것이다. 그러나 캐서린은 믿지 않았다. 상속권을 포기하고 모리스와 야반도주할 계획을 세우지만, 모리스는 끝내 약속한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버지와의 다툼, 상처, 사랑의 배신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캐서린은 그대로 무너지기보다 철갑처럼 단단해지길 선택한다.

 영화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는 헨리 제임스 소설 「워싱턴 스퀘어」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진실보다는 환상에 앞서 맺어지지 못하는 남녀의 감정을 밀도 있게 묘사했다. 소설과 달리 이야기를 영상화함에 있어서 커다란 줄거리만 따라갈 경우 그 전개가 자칫 진부하고 지루해질 수 있는 위험을 윌리엄 와일러의 안정적인 연출력과 아버지와 딸, 그리고 약혼자 모리스 역의 흡인력 있는 연기로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특히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는 촌스럽지만 착하고 순종적인 딸의 모습으로 시작해 강압적인 아버지에게서 벗어남과 동시에 배신의 상처로 냉정한 복수를 감행하는 강인한 여성으로의 변모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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