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중구 차이나타운로에 위치한 갤러리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5일까지 열리는 사진전 ‘사진으로 배우는 한국어’를 보면 프랑스의 개념미술가로 유명한 소피 칼(Sophie Calle)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전시회의 주인공이 거의 독학으로 사진 공부를 한 점과 ‘사진-글’ 형식으로 된 이색 전시를 연 점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연 손미화(57)작가는 인천 지역 다문화가정에게 사진을 이용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로 유명하다.

"코리아나화장품이란 기업에서 임원으로 퇴임하고 바로 다문화가족을 위해 봉사하기 시작했어요. 현재 동산비전센터에서 일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내뱉는 첫마디가 ‘한국어는 너무 어려워요’라는 거예요. 특히 듣기나 말하기, 읽기는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글쓰기는 늘 제자리걸음이죠."

결혼이주여성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내놓은 전시 작품 일부를 보라며 소개해 줬다. 거기엔 ‘텔레비저(텔레비전) 보느라 고가(고기)가 탔어요.’, ‘영화를 보는 동안 쥐미(재미)있었어요’ 등 맞춤법이 틀린 비뚤빼뚤한 손글씨가 보였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사진으로 배우는 한국어 과정이죠. 수업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놀이로 접근해 봤어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사진 속 사물을 관찰하며 단어를 적거나 문장으로 연결하는 학습법은 생각보다 학생들에게 효과적이었답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이 모아져 개인별로 작은 소책자를 만들 수 있는 분량으로 늘어나 그들에게 선물도 하고, 나중엔 전시까지 이어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여러 사진 이미지의 모호함을 글(텍스트)로 연결하는 방식을 취해 목적을 분명히 하고 살아있는 사진이란 점을 높게 평가받아 사진공간 배다리 포트폴리오 1기 최우수 작가로 뽑혔기 때문이다.

궁금한 점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찍은 거의 모든 사진의 이미지가 행복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국제결혼을 선택한 분들이잖아요. 안 그런 분도 있지만 실제로 행복해하는 여성들도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어를 몰라 고생하거나 더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요. 그들의 삶이 좀 더 윤택하고 건강한 가정으로 거듭나기를 응원하는 차원에서 더 많은 분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그들의 고민을 다음 사진전에서 풀어낼 계획이랍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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