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가수 백야성(본명 문석준) 씨가 2일 심부전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의 아들 성호 씨는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부친이 2일 오후 9시 42분 돌아가셨다"며 "뇌경색으로 1년 반가량 투병하셨는데 어제 갑작스럽게 급성 심부전증이 와 병원 응급실로 옮겼지만 끝내 세상을 떠나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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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가수 백야성의 히트 앨범 재킷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 씨 제공]
1934년생 9월 서울 출생인 백씨는 1958년 공군에 복무하던 중 오아시스레코드 전속 가수 모집을 통해 가요계에 발을 디뎠다.

1958년 미성의 창법으로 '무정타향', '홍콩아 잘있거라', '마도로스 부기' 등을 부르며 데뷔해 1960년대 초 '잘있거라 부산항'(1961년), '항구의 0번지'(1962년), '마도로스 도돔바'(1962년) 등의 히트곡을 발표했다.

손로인이 작사하고 김용만이 작곡한 대표곡 '잘있거라 부산항'은 부산 공연 도중 숙소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노래이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 씨는 "극장 무대에서 코디미언 서영춘, 백금녀, 배삼룡 씨 등과 공연을 할 때인데, 백금녀 씨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숙소에 모여 조촐한 축하 파티를 열었다"며 "이때 부산에 온 기념으로 부산과 관련한 노래를 만들기로 했고 서영춘, 배삼룡 씨가 즉석에서 가사의 아이디어를 내고 김용만 씨가 곡을 붙였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잘있거라 부산항'의 노랫말 중 '미스김도 잘 있고요/ 미스리도 안녕히'란 부분은 서영춘 씨가, '온다는 기약이야 잊으랴만은/ 기다리는 순정만은/ 버리지마라'란 부분은 배삼룡 씨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특히 고인은 '마도로스', '바다', '항구' 등을 소재로 한 노래를 많이 불러 부산 지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노래 중에는 '마도로스 맘보', '마도로스 기타', '마도로스 폴카', '마도로스 사랑', '마도로스 멋쟁이', '마도로스 센터' 등 제목에 마도로스가 들어간 노래가 무려 30여 곡이나 돼 '마도로스 가수'로도 불렸다.

또 김용만과 작곡가, 가수로 콤비를 이뤘으며 그와 듀엣곡도 여러 곡 발표했다. 1963년 함께 부른 '김군백군'을 비롯해 '왈순아지매', '비 내리는 남포동' 등이 있다.

그러나 고인은 한창 전성기이던 1960년대 왜색가요, 왜색창법 등 이른바 왜색 시비에 휘말려 모든 노래가 금지되자 가수 활동을 접었으며 1986년 노래들이 해금된 뒤 20여 년 만에 KBS '가요무대'를 통해 복귀했다.

박성서 씨는 "20년간 무대를 떠난 비운의 가수"라면서도 "해외 문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항구를 소재로 외국 문물에 대한 동경과 사나이들의 꿈과 야망을 노래해 사랑받았다. 또 서민들의 애환을 그린 '한 달의 봉급은 삼천삼백원'이라든지 '센티멘탈 서울', '왈순아지매' 등 산업화로 가는 힘들고 궁핍했던 시기에 서민들을 대변하는 노래도 많이 불렀다"고 평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1남 2녀가 있다. 빈소는 경기도 분당 제생병원 장례식장 1호실이며 발인은 4일 오전 7시.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에 있는 가족 납골묘이다. ☎ 031-708-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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