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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겸임교수
法 하나가 온 나라를 수년간 떠들썩하게 했다. 일명 ‘김영란법’이라 칭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드디어 발효됐다. 우리나라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직에 준하는 사람들도 법에 직접 대상자가 됐다. 이 법률에 직무 관련성에 적용되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 국민이 적용 대상자가 될 수 있는 ‘포괄적 부패 방지법’이다.

 법 시행에 앞서 많은 논란과 세밀하지 못한 법리 해석에서 올 수 있는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김영란 법’은 부패국가 개조를 위한 법률이라는 별칭으로 향후 변화되는 대한민국을 조정하게 될 시금석은 분명하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공직자 관련 법률을 제정한 후 가장 효과를 많이 본 것으로 1994년 제정 발효된 ‘공직선거법’을 들 수 있다. 당시 우리나라 선거 문화는 유권자에게 밥 먹이고, 선물 주고, 돈 봉투 돌리는 금품선거로 혼탁하기 그지없었다. 당연히 돈 많은 지역유지들이 당선됐고 그들이 다양한 경로에서 매관·매직하는 일은 다반사였고, 그런 부패문화에서 상생하던 기업가와 엽관은 대기업 총수와 공공기관장이 되는 밀월관계였다.

 당시에도 공직선거법 역시 법 시행 전부터 논란은 컸으나 과감하고 단호하게 시행된다.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 단체의 선거운동 금지, 사조직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금지, 후보자 등의 기부행위 제한, 정당 및 후보자의 가족 등의 기부행위 제한, 제3자의 기부행위 제한, 기부의 권유·요구 등의 금지, 기부 받는 행위 등의 금지, 선거일 후 답례 금지 등의 금제가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금품을 주고 받는 행위는 무조건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 강력한 형사법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오늘날 선거법으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갈 정도로 법률 준수가 잘되고 있다. 이유는 각종 선거 시 피드백을 통해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개정으로 이어진 결과이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실시한 2015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100점 만점에 56점이라는 낙제 점수를 받고 있다. 순위가 높은 나라로는 덴마크 91점, 핀란드 90점, 스웨덴 89점, 뉴질랜드 88점이고, 아시아 국가에서는 싱가포르 85점, 홍콩과 일본이 75점 수준이다. OECD 국가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멕시코, 헝가리, 터키와 어깨를 마주한다. 한국 사람들의 사법 제도에 대한 신뢰도는 OECD 조사 대상국 가운데 거의 밑바닥 수준으로 조사됐다. 2013년 기준, 사법 신뢰도는 27%로 OECD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 39위(뒤에서 네 번째)였다. 한국보다 밑에는 콜롬비아(26%, 2014), 칠레(19%, 2013), 우크라이나(12%, 2014 ) 등 3개국뿐이다.

 한국보다 한 계단 아래인 콜롬비아는 아직 좌익 반군과 마약 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나라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횡행하는 나라, 최근 사법부는 국민에게 얼마나 큰 실망을 하게 했는가? 대법원과 대검찰청 대혁신은 절체절명의 필수가 됐다. 우리에겐 현실적으로 너무도 많은 국가적 난제가 있다. 누구나 말하는 저성장, 저소득, 저출산, 양극화, 불평등, 고실업, 등등. 나열하기도 힘든 문제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한 번에 치유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국가적 신뢰와 국민적 신뢰가 중요하다. 우리에게 새로운 목표와 도전과제가 있다. 일명 ‘김영란법’을 준비하면서 논란이 많았던 것도 이제 시행하면서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부패공화국, 부정이 통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벗어나야 한다는 국민적 목표가 필요하다. 그러한 목표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을 개정하고, 또 개정하면서 우리가 만들어 가면 된다. 지금까진 법에 걸리면 운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이제 법을 지키면 청렴국민이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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