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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등영 문화기획자
문화예술의 패러다임이 지난 60여 년 동안 급격하게 변했다. 먹고 살기 힘든 1960~1970년대를 보낸 성인들은 문화예술에 대해 ‘사치’라고 생각하거나 ‘문화향수, 그거 뭐야? 향수 이름 아닌가?’라며 생소해 할 수도 있다. 그 시대의 문화예술은 소수의 사람들만 향유하는 예술이었지만 현재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문화예술을 제작·체험할 수 있는 대중화 시대로 바뀌고 있다.

 1990년대 이후부터 문화예술 행정의 지향점은 ‘문화향수권’, ‘문화적 민주주의’, ‘문화복지’ 등으로 나뉘며 부각돼 왔다. 문화향수란 성인이 돼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문화예술 교육을 체험해야만 진정한 향유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2000년대 들어 문화예술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들이 30여 년 후에는 진정한 문화예술 소비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몇 가지 바람을 전해본다.

 첫 번째로 말하고 싶은 점은 문화예술 영역이 확장되고 있지만, 문화예술을 집행하는 공적인 기관에서의 독단적 집행과 일회성 집행이 많다. 이에 지역의 젊은 문화예술가들이 공적인 기관에서 실시하는 공모 예산에 몰두하는 사이에 그들의 자생력은 온실 안의 화초가 되고 있다. 또한 문화축제를 문화 도구적으로만 이용하려는 측면이 있다. 지역의 문제점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두 번째 제안이다. 인천에 문화예술 회관이 몇 개일까?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 등록된 회관이 8곳이며, 그 외 등록하지 않고 운영 중인 기관들이 있다. 하나 짓는데 수백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다.

 수요예측 없이 ‘정치적 치적 쌓기’로 변질되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문제는 시민이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는 시립 현대미술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국 특별·광역시 중에서 인천에만 시립 현대미술관이 없다. 부산·광주광역시는 제2시립미술관도 있다. 광역자치단체에서 울산광역시도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시립미술관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이중섭·박수근·앤디 워홀 등의 명작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시립미술관 건립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세 번째, 인천아트플랫폼은 입주 작가(시각·공연 예술가)를 위해 잘 만든 사례이다. 여기에 그치지 말고 시 소유의 유휴지를 입주 작가들에게 제공해 문화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지금은 없어진 인천 간석동에 위치한 ‘문화 바람’처럼 시민들이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에 전념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한글담(캘리그래피)’, ‘연수서연회(문인화·서예)’ 등 배우고 전시를 기획하며 삶 속에서 ‘문화예술’과 ‘생활문화’를 실천하고 있는 동아리들이 꽤 된다. 네 번째, 예전에 비해 문화예술의 영역이 확장되며 그만큼 수요도 늘었지만 예전의 시스템으로는 수요를 맞추기 어렵게 됐다.

 이에 문화예술행정 전문화가 그 대안이라 본다. 학예연구사·에듀케이터(교육사)와 같은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며, 문화 기획·행정의 직렬제가 필요하다. 직렬제를 신설해 관련 기관으로의 순환 보직제, 중앙과 지방의 네트워킹을 통해 전문성을 부여해야 공적인 분야에서도 알찬 문화예술 행정이 나올 것이다. 또한 공적인 기관에서는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 구축과 전문교육을 받은 종사자 구비, 보수교육 실시, 예산삭감에 문화예술 분야 배제, 문화예술 관련 기관의 비한직화, 경영의 자율화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가 학교에서 처음 문화예술을 접한 건 30여 년 전 중학교 중간고사 끝나고 단체 영화 관람이었다.

 이에 비해 요즘 어린이·청소년들의 개인·단체 문화 활동은 무척 확대됐고 굉장히 좋은 현상이다. 다양한 종류의 문화예술교육 체험은 나무의 뿌리 역할을 한다.

 그만큼 강조하고 싶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 시민들의 문화예술 이해와 참여를 위한 기회 확대를 위해 공적인 기관들은 저렴하고 좋은 문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 기획자 및 종사자들의 처우개선과 사회적인 예우이다. 진정한 ‘문화 융성’ 시대를 꾸릴 수 있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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