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선 교육정책포럼대표.jpg
▲ 최희선 교육정책포럼대표
대인관계의 성패는 주로 호응하며 공감하는 소통의 기술과 능력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인간관계의 관점에서 효율적인 소통만큼 본질적인 측면은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소통의 단절이나 부재를 자주 거론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례는 특히 국내 또는 국제 간의 갈등문제, 정치인들의 이념 또는 이슈논쟁, 노동쟁의, 노소 간의 세대갈등, 가정불화나 이혼, 사제 간의 견해차이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통은 사람들 간에 감정, 태도, 사실, 신념, 생각 등을 전달하는 과정이다. 언어가 소통의 일차적인 수단이지만 결코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비언어적 소통은 표정, 침묵, 몸짓, 감촉, 입모양, 눈짓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 의미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기타 다양한 비언어적 기호나 단서 등을 통해 이뤄진다. 그래서 대인간의 소통은 어느 한 사람이 타인에게 영향을 주며,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 사용되는 모든 수단을 포함한다. 소통에서 야기되는 많은 문제점들은 소통이 양방적 과정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는데서 유래한다. 소통은 메시지를 송신하고 수신하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내용과 관계라는 두가지 형태의 메시지가 포함된다. 여기서 내용은 사용된 말이고, 관계는 그러한 말속에 담겨진 감정이다. 메시지가 수신자에 의해 적절하게 해석되고 충분하게 이해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피드백 과정을 활용하기로 한다. 소통의 과정에서 기본적 관점으로 두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가 매일 보고 듣는 말이나 내용의 소통은 개개인의 프레임의 의해서 전개된다. 프레임은 한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향한 마인드, 세상에 대한 은유, 고정관념 등이 모두 프레임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들이다. 마음을 비춰보는 창으로서의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지만, 또한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한하는 검열관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프레임을 통해서 채색되고 왜곡된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프레임으로 인한 이러한 마음의 한계에 직면할 때 경험하게 되는 절대겸손, 이것이 지혜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결국 우리가 소통하는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나타난 말 그 자체와 함께 본질적으로 그 말의 근원이 되는 프레임을 파악할 때 소통의 효율성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침묵은 말보다 강한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천주교 성당의 한 신부는 침묵이 신학교 생활을 특징짓는 한 과정이라고 하면서 말을 절제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해 사제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된다고 했다. 프랑스의 디누아르 신부가 저술한 「침묵의 기술」에서 말의 반대말로 보이는 침묵이 오히려 말을 잘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고, 나아가 침묵 자체가 언어보다 강한 힘을 가진 전달수단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우선 입을 닫는 법부터 가르쳐야 하고, 그런 다음에야 말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쪽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고, 그렇게 믿고, 주장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선전도 난무한다. 말을 잘못하거나 글을 잘못 써서 설화(舌禍) 또는 필화(筆禍)에 휘말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기 때문이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국가 수준에서 처음으로 소통역량을 비롯한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사고, 심미적 감성의 다섯 가지 핵심역량을 도입하고 교육적 비전으로 제시했다. 역량을 중심으로 한 교육개혁은 21세기 글로벌사회에서 지금보다 더 복잡한 사회, 문화, 기술의 문제들과 세계공통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최근의 교육동향은 학생들이 지식을 소유하는 것에서 나아가 새로운 상황이나 맥락에서 지식을 활용하고 실제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을 육성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국가 수준의 교육적 의도가 현장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학습자 수준에서 탐구학습 또는 자기주도 학습이 강조된다. 또 학습자들에게 협력적 문제 해결의 경험을 제공해야 하며 학습자의 다양한 특성에 부합하는 교수-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평가도 교수-학습과 연계돼야 한다. 정치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소통이 활발하고 수준 높게 전개됨으로써 성숙된 민주사회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에 부합되는 교육이 더욱 강조되고, 실현돼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