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의 미래, 중년파산
아카기 도모히로 등 8인/위즈덤하우스/240쪽/1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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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파산은 곧 가족의 위기고 모든 세대를 병들게 하기에 지금부터라도 청년과 노인 문제에 가려 조망하지 못했던 중년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를 빗댔지만, 곧 또는 미래에 파산을 맞이할 중년층이 90%를 넘는다고 주장하는 책 제목만 읽어도 불안하고 무섭기까지하다. 사회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는 말하는 저자들의 주장 논지를 따라가면 이렇다.

 제일 먼저 ‘20세기의 신이 되어 버린 기업’편에 나온 내용처럼 기업에 기댈 수밖에 없는 임금노동자들의 현실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우리들 대부분은 기업에서 임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중략) 태반의 사람들은 열심히 학문에 힘쓰고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기업이라는 이름의 신에게 심판을 받아 자신의 필요 여부를 선택받는다. 여기서 무사히 기업에 선택되면 회사라는 이름의 공동체에 속한 일원으로 인정받고, 같은 사회의 인간으로 취급받을 수 있다. 반면에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은 아르바이트 등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노동으로 먹고살 수밖에 없으며, 기업사회의 노예로 고역을 강요받고 평생 발목에 족쇄가 채워진 채로 죽어간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고도 중년에 버림받게 되는 상황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중년에 빈곤 문제를 겪는 것은 대단한 불성실이나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다. 어쩌다 한 번 회사라는 궤도에서 이탈하고 나면 1~2년 안에 곧바로 빈곤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중년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존재하지 않아 결국 단 한 번의 실패는 곧 빈곤층 전락을 의미하는 점이다. 한 중년 남성의 사례다.

 『52세의 다른 중년의 경우 절망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재계약 시점을 불과 몇 달 앞두고 파견 계약직으로 8년이나 근무했던 직장에서 해고되었다. 조합 활동을 통해 해고자들이 회사 측과 단체 교섭을 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한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보상금과 한때는 동료였던 사람들의 냉담한 시선뿐이었다. 교섭이 끝나고 복직을 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기에 실업급여를 받으며 구직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고, 실업급여도 곧 바닥나 당장의 생활을 위해 일용직을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된 중년층에 대한 일본 사회의 시각은 어떨까? 저자들의 해석은 사회 내지 국가 비판에 가깝다.

 『지금의 일본 사회는 사회적인 책임을 묻게 되는 사안은 뭐든 자기 책임이라며 책임을 개인에게 떠안기는 경향이 있다. 원래 있어야 할 ‘사회 책임’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사회 책임의 대부분이 개인에게 전가되어 있다. 원래 국민의 생활을 보호할 의무는 사회 측에 있기 때문에 빈곤 문제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개인이 떠안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런 비판에 대해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덤벼드는 사람들도 있다. (중략) 가난한 중년은 근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렇게 현상 분석과 논리 전개를 이어가며 ‘중년에 패자부활전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는 문제’라는 결론을 맺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생활보호제의 보완책이 필요하고 사회보장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 등이 급선무라는 주장이다.

 이 책에서 아쉬운 부분은 있다. 프리랜서 작가·철학교수·사회운동가·언론인 등의 직업을 가진 저자들의 분석은 날카롭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은 구체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목련이 질 때
호인수/분도출판사/152쪽/9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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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인천교구 부개동성당 주임인 호인수 베네딕도 신부가 최근 시집을 펴냈다. 「차라리 문둥이일 것을(1987)」, 「백령도(1991)」에 이어 25년 만에 내는 세 번째 시집이다. 1976년 사제로 수품돼 40년 사제생활을 마무리하며 쓴 책이기도 하다.

「차라리 문둥이일 것을」은 1980년대 초까지의 이야기를 모은 시집이고, 「백령도」는 2년간 백령도성당 주임신부 시절의 소회를 시어로 옮긴 것이다. 이번에 출간한 「목련이 질 때」는 사제생활 40년 동안 쓴 시를 10년 단위로 나눠 총 4부로 소개하고 있다.

1990년대에 우리신학연구소를 설립해 신학 발전과 민주화운동을 펼친 그가 전하는 주제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박경미 교수는 "진솔한 시로 그려 낸 한 사제의 사목신학 같은 시집"이라고 평했다.

그럴 때 있으시죠?
김제동/나무의마음/340쪽/1만5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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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방송인 김제동이 쓴 에세이가 오는 25일 출간될 예정이다.

지난달 인천 계양문화회관에서 인문학 강연을 펼친 적도 있는 그가 한 달에 만나는 사람이 평균 5천여 명이나 된다고 하니 가히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책 제목 ‘그럴 때 있으시죠?’처럼 그가 전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공감’이다.

"그럴 때 있으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것이 바로 삶의 품격입니다"라고 줄곧 말하는 그가 쓴 글은 따뜻하다.

김제동의 생각 일부를 그대로 전해본다.

『저는 40대가 되면 다 철 들고 어른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별로 바뀌는 게 없더라고요.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똑같고, 아직도 사는 게 혼란스럽고 겁도 나요. ‘마흔쯤 되면 인생을 알겠지.’ 이런 생각이 모두 얼마나 건방진 생각이었는지 이제 조금 알겠어요.』

최근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한 그의 성주 연설을 놓고 논란이 일어서 그런지 ‘정치적 연예인’이라는 세간의 반응에 대해 자신의 입장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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