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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미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양봉산물연구실장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의 공포와 피해 해결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치약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CMIT와 MIT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국민들이 다시 한 번 분노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화학물질들이 개발돼 인류의 건강과 생활에 이로움을 준 것은 불명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화학물질 살균제에 대한 충분한 안전성 검증 없이 사용돼 단시간에는 드러나지 않거나 다각도로 연구해야만 드러났던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몸 안에 축적돼도 분해되지 않거나 체외로 잘 배출되지 않고, 면역체계를 교란시키거나 일부는 생태계에 축적되며 먹이 사슬을 통해 야생동물은 물론 우리 인간의 몸에도 축적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합니다.

 이미 생활의 일부가 돼 버린 치약, 샴푸, 화장품 그리고 가공식품의 방부제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살균제에 노출돼 왔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 소금으로 양치하고 쌀뜨물을 받아 머리를 감고 설거지를 할 수는 없는 시대에 와 있습니다.

 정부와 산업체에서는 무독성이 입증되지 않는 화학물질들은 사용할 수 없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음식 재료나 생활용품들은 가능하면 합성된 화학물질보다는 오랫동안 먹거나 사용해와 안전성이 입증된 천연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산업체에서도 천연물질을 원료로 한 제품 개발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특히 꿀벌이 만들어내는 벌꿀, 프로폴리스, 벌독, 화분, 로열젤리는 강력한 항균물질이자 항산화 물질로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사용돼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민간은 물론 한방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프로폴리스는 이미 치약의 원료로, 벌독은 화장품의 원료로 승인돼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천연물에도 제도적으로 식품이나 동물용의약품 등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다양한 용도 개발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양봉산물은 꿀벌이 만들어 내는 물질로 천연물질을 개발하는데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성과 성분의 균일성에 있어서도 적합합니다.

 국내 양봉농가는 2만 농가로 200만 군의 벌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농가에서는 매년 벌꿀은 2만5천t, 로열젤리와 화분은 각각 25t, 160t, 프로폴리스는 160t, 벌독은 50kg가량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소비는 물론 해외 수출까지도 가능한 생산량입니다.

 성분 및 품질에 있어서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벌꿀을 비롯한 양봉산물은 균일하게 유지되며 우리나라 양봉농가의 꿀벌 사육기술은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러한 양봉산물에 대한 과학적 기능을 구명하는 연구들이 국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기존의 화학물질 살균제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항생제의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화분매개와 생태계 유지 등 공익적 기능이 높은 꿀벌이 이제는 화학물질 살균제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양한 천연물질을 생산해 내는 공장 역할이 돼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양봉농가에는 다양한 소득원으로 국민들에게는 안전한 먹거리, 사용할 거리로 양봉산물이 보다 다양한 제품으로 개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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