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무곡을 연상시키는 곡조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 남자가 검정 가죽 상의에 짧은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 한 무리에 둘러싸인 채 "디스푸틴, 라스푸틴"이라는 노랫말을 읊는다.

영국 그룹 테이크댓 출신 로비 윌리엄스(42)가 러시아인의 '향락주의'를 비판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암시하는 듯한 신곡 '파티 라이크 어 러시안'(Party like a Russian)의 뮤직비디오로 러시아인들의 화를 돋웠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CNN 방송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티 라이크 어 러시안' 뮤직비디오]
['파티 라이크 어 러시안' 뮤직비디오]

뮤직비디오에서 윌리엄스는 "온 나라에서 돈줄을 말리고 나만의 우주기지를 짓는" 사람에 대해 노래하면서 "반박 못 해 논쟁 못 해, 나는 모던 라스푸틴(Ain't no refutin' or disputin' - I'm a modern Rasputin)"이라고 운을 맞춘 가사를 들려준다.

윌리엄스가 자수 장식이 된 제정 러시아풍 의상을 입은 가운데 들리는 곡은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속 '기사들의 춤'을 샘플링한 것이다. '기사들의 춤'은 1980년대 소련 시절 러시아 TV들이 정치 뉴스의 배경음악으로 깔곤 했던 곡이다.

향락에 빠진 채 약자를 짓밟는 러시아인의 모습을 묘사한 이 뮤직비디오는 러시아인들을 정형화하고 민족 우월주의를 드러낸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파티 라이크 어 러시안' 뮤직비디오]
['파티 라이크 어 러시안' 뮤직비디오]  

러시아 국영TV 베스티는 이 뮤직비디오에 대해 특집 꼭지까지 방영하면서 추억 속에 사라져 가는 한물간 가수가 인기를 되돌리려 러시아를 주제로 삼았다고 비난했다.

친크렘린궁 대중지 '라이프'는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인용해 윌리엄스가 다시는 러시아 땅에서 공연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이 나오자 윌리엄스는 재빨리 트위터에 글을 올려 "푸틴 대통령에 대한 노래가 확실히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영국 대중지 더 선에는 "러시아인들이 터무니없을 만큼 파티를 즐긴다"는 사실을 부각하는 노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인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칭찬이 나오기도 했다.

'훌륭한 감성'이 있다고 칭찬한 1980년대 러시아 팝스타 유리 로자는 "우리는 해도 되는 농담을 왜 남이 하면 안 되느냐"며 게다가 뮤직비디오 속 파티는 신흥재벌도 아닌 중간 간부 수준의 파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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