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민원은 많고, 보이스피싱 같은 금융범죄도 자주 발생한다."

 금융교육 전도사를 자처하는 황인하(51·사진)금융감독원 인천지원장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4월 개원한 금감원 인천지원의 산파 역할을 한 그는 "인천에 진 빚이 있다"며 재임기간 서민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감원이 설립되고 전국 6개 광역시 중 인천과 울산을 제외한 지원이 들어섰다. 당시 인천은 본원이 위치한 서울에 인접해 있고, 유일한 지역은행이던 경기은행마저 퇴출되면서 지원이 설 자리가 없었다.

 "인천은 전국 광역시 중 서민금융 관련 민원이 가장 많고, 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142%(전국 평균 120%)로 가장 높다. 또 은행 점포 수는 시민 1만 명당 1.4개로 다른 지역 2.0개에 비해 적어 금융서비스 면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황 지원장이 올해 초 인천지원 개원을 강하게 추진한 이유다. 지원 사무실도 옛 경기은행 건물인 지금의 시티은행(남동구 구월동) 자리를 고집해 9층에 문을 열었다.

 금감원 출범 17년 만에 인구 300만 명을 바라보는 인천에도 지원이 생긴 것이다.

 인천지원을 개원하고 초대 지원장까지 맡은 그는 "고교시절 은사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게 됐다"며 당시 누구보다 기뻐했다.

 "원래 몸이 약해 아버지는 시골의 작은 중학교로 저를 전학시켰다. 거기서 만난 엔젤(황 지원장이 스승을 부르는 애칭)은 오히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저를 제물포고 인근 자신의 본가에 보내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했다. 그분에게서 평생 갚지 못할 빚을 졌다."

 그는 인천지원 개원 6개월 만에 13개 시중은행 본부장과 지역 중소기업중앙회, 신용보증기금 등 중소기업 유관기관장 20명으로 구성된 ‘기업금융지원협의회’를 구성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업체들이 다양한 정책자금을 쓸 수 있게 했다. 그동안 중소기업에 까다로운 대출 잣대만을 들이대던 은행들도 자발적으로 나서 자신이 취급하지 않는 각종 정책자금을 어디에서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황 지원장은 부임 후 첫 사업으로 지역 노인회와 사회복지협의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금융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각 은행 점포마다 인근 학교와 ‘1사 1교’ 자매결연을 맺고 학생들에게 정기적인 금융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이달부터는 학생들이 보험에 가입하고 통장을 만들어 펀드에 투자하는 등 체험학습도 진행할 계획이다.

 "부모의 소득이 5천만 원도 안 되는데, 집 사는 데 은행에서 2억 원을 빌렸다면 대출비율은 400%가 된다. 금리가 인상되면 리스크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타 도시에 비해 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이 높고 부채도 많은 인천에서 그가 서민을 상대로 한 금융교육에 매달리는 이유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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