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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겸임교수
가끔씩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예쁜 꽃바구니를 든 노인 분을 발견하곤 한다. ‘좋은 일이 있으신가 보다’하고 무심코 지났으나, 어제는 버스 안에서 꽃바구니를 든 여성 노인 분을 보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전화를 통해 꽃바구니를 전달받을 누군가와 장소, 시간을 조율하고 있었다. 바로 꽃을 배달하는 노인임을 알 수 있었다.

택배를 통해 물건을 전달하는 이른바 택배아저씨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한 사람에게 전하는 꽃이지만 진중하면서 공손했으며, 행복까지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까지 보였다. 활동이 가능한 노년층에 알맞은 작은 일거리라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는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2%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다. 2009년에는 10.7%를 나타냈으며, ‘고령사회’로 불리는 14% 이상은 2019년, ‘초고령사회’는 2026년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엔 세계 인구 전망보고서’에 보면 65세 이상의 인구는 서유럽국가(영국, 프랑스, 독일 등 9개국)는 2010년 18%가 2050년 28%, 미국은 같은 연도 13%에서 21%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보다 심각한 것은 동양권인 일본, 중국, 한국이다. 일본은 23%에서 37%, 중국은 8%에서 24%, 우리나라는 11%에서 35%까지 급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예측이 왠지 짐스럽고 걱정되는 것은 모든 시민들이 공감할 것이다. 언론 역시 경제불황과 청년실업을 이러한 상황과 연결해 불안한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언제부터인가 아파트 경비원과 청소아주머니 어깨가 낮아 보였다. 옛날 어릴 적 경비아저씨들 팔뚝에 힘줄이 대단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젠 젊은 분들은 찾아보지 못한다. 또 편의점 파트타임을 하고 있는 노년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노년층의 근로 욕구와 일자리 몫은 점점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 일자리 상담 코너에는 노인층이 주요 고객이 됐다. 100세 인생이 현실화된 시대에 60세 전후의 은퇴 연령은 변함이 없거나 더 앞당겨지는 판국이니, 은퇴 이후에 대한 걱정은 30∼40대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사회구조는 일본을 답습하는 형태다. 일본이 지나온 ‘단카이 세대’가 은퇴 이후 겪은 어려움처럼, 우리에게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기가 턱밑으로 다가오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는 일본이 ‘단카이 세대’를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 미리 보고 배울 수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고령화, 초고령 사회를 지나고 있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노령화시대에 대항해 만들고 있는 정책적 노력도 배울 수 있다. 세계적으로 문맹률이 가장 낮은 일본은 노년층에게 공익적 성격의 사회 참여를 이끌었다. 이른바 NPO(Non Profit Organization), 즉 국가와 기업이 아닌 제3영역의 비영리 단체를 지원해, 도움이 필요한 시민을 시민 스스로가 도울 수 있도록 하는 참여적 배려와 나눔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문맹률과 독해율도 일본에 뒤처지지 않으며, 나라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무척 뛰어나다. 우리에게도 다가올 초고령 사회는 얼마든지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선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이 되면 현재까지 알던 노인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들은 그전 세대보다 많은 배움, 많은 활동, 많은 성과를 실현해 본 세대이다. 함축적으로 노력에 대한 결과를 알고 있다. 또한 고령화된 노년층이 가진 경험적 잠재성은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하다.

노인산업 연구로 저명한 미국 밀켄연구소 폴어빙 대표는 전 세계 실버산업을 선도하고 장수경제를 이끌 리더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노년이 갖는 일종의 사회적 가치를 사회환원과 사회봉사로 전환시킬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지자체에 독자적인 사업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노년층과 청년층으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장수 관련 산업으로 육성하는 등,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조합이 필요하다. 작고 많은 파트너십 조직을 통해 시민사회를 공익적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절실하며, 고령화는 위기가 아닌 기회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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