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그대로부터
이일건/좋은땅/228쪽/1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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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와 정치인·기업가 등의 자서전을 대필하는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중인 이일건이 책을 펴냈다.

「지금부터, 그대로부터」는 저자가 종합광고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익힌 마케팅 전략과 좋은 광고 문안, 칼럼니스트로서 신문에 게재한 글, 평소 본인이 쓴 글을 엮은 책이다.

저자는 경제난으로 인한 취업난, 고용 불안, 높은 자살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 등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막막한 아포리아(Aporia) 시대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생존에 대한 전략부터 세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건 바로 ‘당신’으로부터 시작이 되고, ‘지금부터’ 시작이 돼야 한다는 주장에서 책 제목도 「지금부터, 그대로부터」로 정했다.

먼저 생각 전환이 필요하다며 1부에서 다양한 소제목의 글을 실었다.

‘돈으로 편리함을 사려 하지 마라’, ‘재지 마라 사람의 무게감은 똑같다’, ‘유일무이 희소명품은 당신이다’, ‘발상을 역하라’, ‘당신을 광고하라’ 등 마케팅에도 전략이 필요하듯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략적으로 사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2부는 ‘정답은 없는 게 인생, 해답은 많다’, ‘인생연극, 희극과 비극의 저자는 당신이다’, ‘직시하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은 평등하지 못하다’, ‘변치 않는 믿음이 한 걸음씩 옮기는 힘이다’, ‘안 되면 포기하라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 ‘부모님께 유서를 써 보라’ 등으로 나눠 인생 해답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살아내기 힘든 세상 속 슈퍼맨’은 그 가치만으로도 브랜드가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가지고만 있는 것과 그것을 갈고 닦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이일건 작가의 「지금부터, 그대로부터」는 브랜드를 더 가치 있고 빛나게 만들 수 있는 방법과 힘겨운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고두현 등/나무옆의자/148쪽/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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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49인이 ‘아버지’를 주제로 쓴 시 49편을 엮은 테마 시집이다. 재미있는 점은 모두 남성 시인들로만 구성됐다는 것이다.

총 3부로, 지금은 내 곁에 있지 않는 아버지를 회상하고 그리워하는 시들은 1부 ‘사라진 별똥별처럼’에 모아져 있다.

김종해 시인은 시 ‘따뜻한 봄날’에서 산에서 나무를 해 올 때 어머니를 위해 진달래꽃을 꺾어 오던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박장호 시인은 유년기를 추억하며 이제는 없는 아버지와 병실의 엄마를 생각해 쓴 작품 ‘작약과 아버지’를 소개한다.

2부 ‘세상에서 가장 아픈 이름’에서는 고단한 현실을 견뎌내며 성실한 가장의 의무를 다한 아버지들이 나온다.

공광규 시인은 작품 ‘새벽에 잠이 깨어’에서 자식들 생각에 잠을 설치는 아버지를, 박지웅 시인은 ‘먹이의 세계’에서 생존의 현장에서 돈을 벌다 쫓겨나기도 한 아버지를 떠올린다.

제3부 ‘아버지에게 길을 묻는다’에는 존경하는 아버지에게 삶의 지혜를 묻는 작품들이 주로 실려 있다.

보들레르 알레르기   
정남석/리토피아/132쪽/9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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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한 정남석 시인의 시집이다. 부모와 친구 등 실제 인물을 대상으로 쓴 시를 모은 첫 번째 시집 「검정고무신(2012)」에 비해 두 번째 시집에는 현대시의 창시자로 불리는 보들레르에게서 받은 시적 영감을 드러낸 작품들이 많다. 막비시동인으로 활동 중인 정남석 시인의 시를 본 최광임 시인은 "그가 주목하는 것은 교감으로, 불통의 사회를 고발하고 불통을 조장하는 것들에게 과감한 비틀기를 시도한다"고 평했다.

시 ‘치명적 너그러움’을 읊어 본다.

『섬은 겉으로 울면서 깊어지고 싶었다/ 됐어,/ 아직 숨겨진 흥분을 가라앉혀야 할 때/ 투명해지려는 분자 하나가 날숨인 혀를 밀면서/ 왼쪽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 격렬해지고 싶은 바람을 길게 이으면/ 뼈를 통과하지 못한 물이/ 몸을 살짝 빼기도 하면서/ 배꼽을 연결할 수 있지/ 석문을 지그시 누르고 파문을 염려해서/ 가까워지다 멀어지는 호흡은 안타깝지만/ 물은 내일의 수평을 위한 안간힘이고/ 섬은 마지막까지 은둔할지 모른다/ 묶어둘수록 벗어나려는 시도는 간절하다/ 섬은 안으로 울면서 기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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