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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할리우드 영화를 가리켜 흔히 ‘꿈의 공장’이라고 부른다. 현실은 아니지만 개연성 있는 허구적 스토리와 몰입을 충족시키는 보이지 않는 영화적 장치들은 극장에 발을 디딘 120분가량의 시간을 한바탕 즐거운 꿈의 세계로 안내한다. 비록 극장에 불이 켜지면 우리의 집단적 꿈도 깨어나게 되지만 백일몽인들 어떠랴, 삶이 고단할 때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수많은 신기루들이 여전히 우리와 함께이지 않은가! 오늘 소개하는 영화 ‘헤일, 시저!’는 영화 제작과 개봉 과정을 담고 있는 극중극의 형태로 일반적인 관객들이 보지 못하는 꿈의 공장의 이면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꿈을 제작하는 이들은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는지 영화 ‘헤일, 시저!’를 통해 만나 보자.

영화의 배경은 할리우드 황금기의 막바지인 1950년대이다. 서부극, 서사극, 시대극, 뮤지컬, 멜로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각자만의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영화들이 앞다퉈 선보이던 이 시기는 역설적이게도 영화사 최대의 위기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기로 치달은 미국 내 반공주의는 문화산업에도 영향을 줬으며, 영화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는 영화계 종사자들 간에 분열과 이념 갈등을 야기시켰다. 그 뿐만 아니라 TV의 등장은 산업적으로 할리우드에 커다란 위협이 됐다. 떠나려는 관객을 붙잡기 위한 발버둥으로 영화는 현실에 발을 딛기보다는 더 크고 화려한 볼거리와 환상의 세계로 관객을 유혹했다. 바로 이러한 상황이 195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의 배경이 된다.

우리의 주인공 에디 매닉스는 할리우드 영화사 중 하나인 캐피틀 픽처스의 총괄제작자로, 이 작품은 그의 바람 잘 날 없는 일상을 다루고 있다. 순수함의 상징으로 이미지 메이킹 중인 여배우는 스캔들을 무마하기 무섭게 다시 타오르고, 낙하산으로 지정된 주연배우의 발연기에 못마땅해 하는 감독의 푸념도 들어줘야 하며, 개봉을 앞두고 있는 종교극의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종교와 연관된 성직자들과 영화적 표현에 문제점은 없는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또한 배우들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언론과의 줄다리기 역시 해결사 에디의 몫이다.

그러던 중 마지막 촬영만을 앞둔 대형 프로젝트의 스타 배우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와중에 미국 최고의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에디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건넨다. 조금의 여유도 허용치 않는 숨막히는 일상과 스타 납치라는 전대미문의 사건, 그리고 이 모든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될 새로운 직장으로부터의 러브콜. 에디 매닉스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선택할까?

영화 ‘헤일, 시저!’는 칸과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한 코엔 형제의 2016년 작품으로, 그들이 품고 있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풀어냈다. 영화가 무엇이길래 그토록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하냐고 묻는다면, 이 길이 올바른 선택인 것 같다는 ‘막연한 믿음’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는 에디의 고백에 속절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렇게 영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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