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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학 푸른꿈비전스쿨 교장
그렇다. ‘학교 밖’도 학교다. 아니, ‘학교 밖’이 진짜 학교다. 그래서 학교 밖을 ‘인생학교’라고 부른다. ‘학교 밖 학교’는 수업료가 더 비싸다. ‘학교 밖 학교’의 수업료는 우리의 온 몸과 삶으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밖’이 진짜 학교임을 인생 좀 살아본 사람들이면 뼈저리게 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공부 안 했던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곤 했다. "학교 다닐 때가 좋았다"고. 혹은 "살아 보니 학교 다니고 공부할 때가 가장 쉬웠다"고. 아이들에게 학교 잘 다니게 하려고 애써 만든 말은 아닐 게다. 뼛속 깊이 인생의 어려움을 체득한 부모들이 애정을 갖고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학교 밖 학교’를 힘들어 하고, 아이들은 학교를 힘들어 한다. 하지만 우리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학교 밖 학교’를 다니게 되면, ‘학교 밖 학교’의 쓴맛을 톡톡히 보게 될 것이고, ‘학교 밖 학교’에서 인생의 중요한 과정들을 익혀 나갈 것이다. 그리고 실패와 좌절과 성취와 성공 등을 경험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의미를 재구성해 나갈 것이다.

 학교를 정의할 때 ‘일정한 목적하에 전문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 혹은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학교는 ‘계획적·조직적·지적인 교육력을 지닌 교육기관’이라고 한다. 그래서 학교는 ‘학교 밖의 학교’와 구별될 수 있다.

 인간은 학습하는 존재다. ‘호모 에루디티오(Homo eurditio)’. 어디에 있든지 배우고 익힌다. 학교 안에서도 배우고, 학교 밖에서도 배운다. 교사가 있어도 배우고, 선생님이 없어도 배운다. 나쁜 것도 배우고, 좋은 것도 배운다. 배우지 말라고 해도 배운다. 졸업해도 배우고,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배움에는 끝이 없다. 호흡하고 생명이 붙어 있으면 배움은 끝나지 않는다. 평생 배운다, ‘학교 밖이 학교다’라는 명제는 이처럼 인간이 학습하는 존재라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 인생은 평생학습의 과정이고 현장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의 학습을 구성해 간다. 그러므로 교육은 ‘학습자의 활동을 돕는 체계적이고 목적 의식적인 활동’이어야 한다. 그래서 교육은 삶의 전 과정을 돕는 것이어야 하고, 학습활동이 일어나는 전 과정에 밀착될 필요가 있다. 평생학습을 돕는 평생교육체계의 필요가 여기에 있다.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학교가 될 수 있다. 삶과 교육이, 삶과 학습이 분리되지 않는다. 가정이 학교이고, 직장이 학교이며, 지역사회가 학교가 된다. 미디어와 가상세계조차도 학습공간이다.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는 그 중의 하나인 것이다.

우리 교육은 그동안 ‘학교 밖 학교’에 관심이 너무 없었다. 국민의 대다수인 수많은 배움의 주체들을 놔두고 교육기관인 학교에만 모든 걸 쏟아왔다. 상급학교 진학에 모든 걸 쏟다 보니, 인생학교라는 진정한 상급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지 못했다. 인생 살아가는데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을 외우느라고 밤을 새워야 하고, 써먹지도 못할 지식으로 평가하고 줄을 세우기도 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만남 아닐까? 관계하는 법 아닐까? 결혼과 가정을 꾸리는 것 아닐까? 좋은 남편이 되고, 좋은 아내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좋은 아빠가 되고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학교 밖 학교’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주제들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이러한 반성과 성찰 속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평생학습에 대해 논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봉착하는 삶의 문제들을 돕고 지원하는 체계가 구성되어야 한다. 그것은 평생학습 생태계의 건강한 구축과 평생학습 능력을 겸비케 하는 일이다. 학습능력과 학습관계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이 이뤄지도록 평생학습 생태계를 구성하고, 배움 주체들의 평생학습 능력을 키워주는 일이 중요하다. 300만 평생학습자들의 배움터인 인천시라는 ‘학교 밖 학교’를 역동적인 학습생태계로 가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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