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일 오전 7시 무수단미사일을 발사한 시각은 미국 워싱턴D.C에서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 수장이 만난 직후였다.

한미가 외교·국방장관(2+2) 회의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어떤 도발도 격퇴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 북한이 괌의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무수단미사일 도발로 응수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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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2+2 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국의 외교·국방차관이 참석하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자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사거리 3천500㎞인 무수단미사일로 괌의 미군기지를 언제든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 과시를 시도했고, 이를 통해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 의지를 꺾으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군은 한미간 공동평가 결과를 토대로 북한의 이날 무수단미사일 발사가 실패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미, 외교·국방 고위급 협의체 신설키로
한미, 외교·국방 고위급 협의체 신설키로(워싱턴 AP=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은 1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외교·국방 고위급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2+2회의에 참석 중인 한민구 국방장관(왼쪽부터), 윤병세 외교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한미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계획에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점을 보여주는 시위"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무수단미사일 발사는 지난 15일 이후 닷새만이다.

당시 무수단미사일이 발사 직후에 폭발하고 우리 군 당국은 체면을 구긴 북한이 미사일 성능 입증을 위해 조만간 다시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왔다.

그러나 다시 발사된 무수단 미사일마저 발사 직후 폭발하면서 중거리미사일의 안정성에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에 있어 현재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현실적 무기가 무수단"이라며 "성능 입증에 대한 욕구가 강하니 또 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2일 발사에 성공했던 무수단미사일이 이후 다시 잇따라 실패로 돌아가면서 북한이 무수단미사일의 성능 개량 시험을 하거나, 지난달 20일 공개한 백두산계열 신형엔진의 테스트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이 과거 무수단미사일을 발사하던 동해안에 인접한 원산 일대가 아닌 훨씬 후방인 평안북도 방현 비행장를 발사지로 택한 것도 사거리가 늘어날 것에 대비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닷새 만에 재발사를 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기술적인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4∼6월에도 잇단 실패에도 무수단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했지만, 최소 열흘 이상의 간격은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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