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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제1회 인천시 어린이 합창대회’ 본선에 진출한 인천 동구립소년소녀합창단이 예선에서 선보인 곡은 ‘아름다운 세상’이다.

 ‘오 샹젤리제’, ‘씽씽씽’ 등 이들이 연습한 노래 중에는 신나고 유쾌한 곡들도 많았지만, 합창단원들은 주저 없이 ‘아름다운 세상’을 골랐다. 합창단의 장애아동 단원이 유일하게 다 외운 노래가 이 곡이었기 때문이다. 장애아동의 경우 합창단 모든 곡의 안무와 음을 외우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합창단원들은 꼭 ‘아름다운 세상’을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동구립소년소녀합창단을 지도하는 황혜영 지휘자는 이처럼 합창을 통해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워 가는 단원들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황 지휘자는 "인천시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어린이 합창대회에 꼭 그 친구도 함께하고 싶다며 이 노래를 선택한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며 "장애아동의 어설픈 모습이 분명 심사위원에게도 보였겠지만, 입상에 대한 욕심만으로 대회에 참가했다면 이 곡을 쉽게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2015년 7월 창단한 동구립소년소녀합창단은 지난 14일에야 창단 공연을 가졌다. 하지만 창단 공연 이전에 한국교직원총연합회에서 마련한 스승의날 기념 공연에 초청돼 멋진 무대를 선보였고, 지난해 코리아 합창 페스티벌에도 출연했다. 또한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국제합창대회에서 금상, 한중 청소년 합창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는 등 짧은 역사에도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황 지휘자는 "사실 소년소녀합창단에는 중학생 단원들도 있지만 이번 대회는 ‘어린이’ 합창대회라 초등학생 단원만으로 소리를 꾸며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특히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며 "평소 중학생 단원들을 믿고 이에 맞춰 소리를 내던 아이들이 막상 자신들의 목소리만으로 노래를 이끌어 간다고 해 걱정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등학생 단원들은 자신들만 출전한 첫 대회에서 80여 팀과의 경쟁을 뚫고 당당히 본선에 진출해 그 어느 공연보다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황 지휘자는 "그동안 언니·오빠들을 보면서 배우는 입장이었는데, 본선에 나가게 되면서 아이들이 ‘뭔가 해냈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너나 할 것 없이 중학생 단원들에게 자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지휘자로서 마음이 뿌듯하다"고 전했다.

 동구는 인천 지역의 대표적인 원도심으로 특히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구는 ‘어린이가 이 도시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지난해 조례를 바꿔 소년소녀합창단을 창단했다.

 황 지휘자는 "아이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 어르신들도 함께 호응해 주고 귀여워하는 마음이 보인다"며 "본선에서 입상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이들만의 장점을 살려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을 보여 주고 오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선에서도 ‘아름다운 세상’을 공연하게 된다면 장애아동 단원도 다시 무대에 함께 서게 될 텐데, 이들이 모여 어떤 무대를 보여 줄지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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