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 통신업체 AT&T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타임워너와의 인수협상을 타결했다. 인수합병이 최종 성사되면 유통과 콘텐츠를 모두 갖춘 통신·미디어 공룡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AT&T는 22일(현지시간) 타임워너의 주식을 주당 107.50달러, 총 854억 달러(약 97조 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AT&T는 미국 이동통신업체 2위, 케이블TV 공급업체 3위 업체이며, 타임워너는 할리우드의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와 유료 케이블방송 HBO, 뉴스채널 CNN 방송 등을 보유하고 있다.

타임워너의 21일 종가가 주당 89.48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금액은 타임워너 시가총액에 2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AT&T는 인수대금의 절반은 현금, 나머지 절반은 주식으로 지불할 예정이다. 타임워너의 부채까지 포함하면 AT&T가 지불하는 금액은 총 1천87억(124조 원) 달러에 이른다.

AT&T는 인수합병 완료 시점을 내년 말로 예상했다.

랜들 스티븐슨 AT&T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타결 소식을 밝히면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산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두 회사의 완벽한 만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AT&T의 공식 발표에 앞서 합의 사실을 가장 먼저 보도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티븐슨 회장이 합병 회사를 이끌게 된다고 보도했다. 제프리 뷰커스 타임워너 회장은 합병 후 인수인계 과정을 거친 후 물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뷰커스 회장은 AT&T의 인수 발표 이후 기자들에게 지난 8월 스티븐슨 회장이 타임워너의 뉴욕 사무실로 찾아와 처음 인수합병 의사를 밝혔으며, 이사회 등과 검토 과정을 거쳐 합병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별도 성명을 통해서 "현대 미디어와 매체 환경의 틀을 만든 위대한 혁신의 유산을 지닌 두 회사의 자연스러운 결합"이라고 합병의 의의를 강조했다.

이번 인수협상은 미국 통신·미디어 업계에서는 2011년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설의 인수합병(M&A) 이후 최대, 올해 글로벌 M&A 가운데서도 가장 규모가 큰 협상이다.

타임워너의 시가총액은 680억 달러(77조6천억 원), AT&T의 기업가치는 2천330억 달러(26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미국 반독점 규제 당국이 양사 인수협상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남아있다.

만약 이번 계약이 당국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 AT&T는 타임워너에 5억 달러(5천700억 원)를 지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설립된 AT&T는 통신 분야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 확장을 모색해왔다. 작년에는 위성TV 서비스업체인 디렉TV를 285억 달러에 샀다.

2000년 1천810억 달러를 들여 AOL을 인수했다가 10년 만에 갈라선 타임워너는 지난 2014년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21세기 폭스사로부터 주당 85달러에 인수 제안을 받았다가 거부한 바 있다.

몇 달 전에는 애플이 타임워너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불발에 그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WSJ는 이번 거래가 방송·통신의 융합이라는 면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며, 다른 경쟁업체의 인수합병을 촉발하면서 업계의 지형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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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합병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22일(현지시간) 알려진 이동통신업체 AT&T와 엔터테인먼트기업 타임워너의 로고.[AF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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