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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봉 신한대 공법행정학과 교수
지방자치(地方自治)는 말 그대로 지방정부가 스스로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그렇기에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지방자치제도의 보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사와 재정 등 실질적 자치권한이 지방에 이양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91년 이후 지난 25년간 일부 개선이 있어 왔지만, 여전히 이 두 가지 중요한 권한은 거의 중앙정부에게 독점돼 있고, 지방자치단체에게는 권한과 돈은 없이 주민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의 의무와 부담만 있는 불완전한 지방자치가 늘 자리 잡아 왔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사회복지 분야다. 사회복지 관련 사업의 지방 이양은 2004년 정부가 국고보조사업을 정비하면서 본격화했다. 이때 모두 533개 사업 중 149개 사업(9천581억 원)이 지방에 이양됐는데 그 중 67개 사업(5천959억 원)이 사회복지 관련이었다. 그런데 처음 의도와는 달리 심각한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는 분권교부세의 수요와 실제 중앙정부로부터의 지원액의 격차가 눈덩이처럼 벌어져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중앙정부가 실시하는 복지업무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이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방책이 없는 데다 국고에서 사업 예산의 일정 부분을 지원받는 매칭사업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해당 사업에 자체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도 늘어서다. 경기연구원이 분석한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 지출 실태 보고서를 보면 지방자치단체 복지지출의 연평균 증가율(13.4%)은 중앙정부(8.7%)보다 더 높았다. 반면 중앙정부의 재정부담률은 2006년 70.9%에서 2014년 61.8%으로 감소해 국고보조사업의 재정분담이 지방자치단체에 집중되면서 지방재정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2016년 현재 전국 평균 52.5%이다.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의 90%가 넘는 220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자립도는 일반회계 세입총액에서 지방정부의 자체재원(지방세와 세외수입의 합)이 차지하는 비율로서 지방정부가 필요로 하는 경비를 스스로 어느 정도 조달할 수 있는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52.5%라는 것은 47.5%는 자체적으로 조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84.73%, 경기도는 67.42%이고, 인천시는 66.98%, 강원도는 27.15%, 전남도는 23.76%이다.

 이러한 지방재정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전 지방차원에서 주민들의 복지수요 폭증에 따른 복지재원의 급격한 팽창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가 지방 이양사업의 지방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필수적인 복지사업이 부실해지고 자체사업의 범위마저 축소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지방에 이양된 사회복지분야 사업 중에는 사회복지종사자 급여부터 노인복지·장애인복지 등 각종 사회복지시설 운영자금 등 취약계층 지원 사업들이 주로 포함돼 있는 것을 볼 때 그러한 시나리오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 문제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 그런데도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는 복지정책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를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공방(攻防)을 벌이고 있다. 지방의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복지의 지방분권화는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출을 축소시키고, 지방자치단체 간 사회복지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차제에 정부에 ‘지방재정 확충방안’을 근본적으로 수립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여기에는 부자감세로 인한 지방교부세 축소와 국고보조사업에 따른 지방비 부담 가중 문제에 대한 해법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위기’라고 생각될 때가 사실은 ‘기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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