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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장
내가 사는 집(家屋)이나 부모 산소가 명당(明堂)에 자리 잡으면 자손이 번성하고 부자가 되고 벼슬길에 오른다고들 한다. 1983년부터 역대 대통령들이 별장으로 이용한 청남대는 임금왕자의 지형과 아홉 마리 용(龍 )의 전설에 따라 좌청룡 우백호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해서 천하명당이라고 말한다.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 가운데 풍수지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댐을 중심으로 화려한 경관과 조경이 어울려 있는 것을 볼 때 명당자리가 아니라고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명당에 대통령 별장을 가진 나라의 경제가 왜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고 정치판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이 사건사고로 얼룩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북한의 김정은이 핵무장으로 우리나라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과 정치판은 내년 대선에 대통령 후보가 누가 결정될 것인가에 관심만 있지 국가안보나 어려운 경제문제에 무관심을 보이는 현실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과거 60년이 넘는 헌정사를 보면 전직 대통령들이 국가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 복(福)이 없는 것인지 전직 대통령들이 복이 없는 분들인지 몰라도 그동안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난 대통령을 비롯해 시해당한 분이 있는가 하면 교도소를 다녀오거나 자식들을 감옥에 보낸 대통령이 있었다는 불행한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세기가 넘는 동안 10명의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을 포함 11명의 대통령이 이 나라를 이끌어 왔고 이끌어가고 있다. 초대 대통령을 비롯해 두 분의 대통령은 중도 하야를 했고 한 분의 대통령은 부하의 흉탄에 일생을 마감했다. 그 후 군 장성출신 두 사람의 대통령은 감옥을 다녀왔으며 민정 이양으로 대권을 잡았던 두 사람의 대통령은 자식들이 뇌물수수 등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고 또 다른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자 검찰수사를 받기 위해 대검찰청에 들어가는 초라한 모습을 전 국민에게 생중계로 보여 줘 자존심 상한 전직 대통령은 "누구도 원망마라 모든 것이 내 운명이다 "라는 유서를 남기고 바위에서 떨어져 자살했다. 꼭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된 대통령은 재임 기간 친형을 감옥에 보내는 전직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나라 대통령 별장이 천하명당이라는 풍수지리도 믿을 것이 못 된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대통령 후보자들을 용에 비유하고 있고 대통령 선거철이 되면 5용이니 9용이니 하며 이름이 올라 있는 예비후보자들을 언론에서 용으로 띄워주고 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용(龍)은 상상의 신비스러운 동물로 아직까지 용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용이란 동물은 불(火)과 물(水)을 다스리고 바람(風)을 막아준다고 해서 숭상하는 동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용이 재앙을 막아준다고 믿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국가안위와 국민들의 재앙을 막아줘야 한다는 의미로 대통령 후보들을 용으로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 시대가 바라는 대통령은 민주적이고 청렴하고 거짓말 안하고 유능하고 박식하고 국제정치 흐름에 밝고 통일문제에 깊은 안목이 있어야 하고 안보관이 확실하고 정치철학과 정치적 이념이 뚜렷하고 경제발전에 대한 식견을 갖추고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을 원한다.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일류 대한민국을 만들 용이 아니라 이무기에 불과할 뿐이다. 국민들이 진짜 용이 아닌 이무기를 뽑아놓고 후회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목민심서(牧民心書)의 정약용 선생은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귀장(歸裝)은 가벼워야 한다"라고 했다. 이제부터는 진짜 용(龍)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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