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인천해사고등학교(교장 김명식)는 수도권에서 유일한 해양 분야 마이스터고다. 1979년 인천선원학교로 시작해 1993년 인천해사고로 개편되면서 항해과·기관과 각 3개 학급으로 확대됐다. 2012년 3월 마이스터고로 지정됐다. 2014년부터는 여학생들이 최초로 입학해 매년 12명의 신입생을 받고 있다. 올해 신입생(36기) 123명이 입학해 총 359명의 학생들을 49명의 선생님들이 가르치고 있다.

 이 학교의 특징은 교육목표처럼 취업률이 100%에 가깝다는 점이다. 또 바른 인성과 실력을 갖춘 해양 마이스터(Meister)를 키워 내기 위해 전문 실무·외국어 역량과 함께 공동체 윤리·자기관리 등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를 교훈 삼아 인천해사고는 ‘굿 시맨십(Good Seamanship)’을 최고의 모토로 삼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면 해기사(선박항해사·기관사)로 진출하는 만큼 강한 정신력·책임감·리더십을 고교 교육 때부터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편집자 주>

해사고 김정환 교감선생님에게 전화를 받고 순간 당황했다. "인터뷰하실 선생님을 바꿔야겠네요. 윤진주 학생안전체육부장이 아내의 출산으로 휴가를 내셨거든요."

"학생부장(학주)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시리즈라 변경하기가 곤란합니다." "아, 그래요. 우리 학교에는 학생들의 낮 생활을 살피는 학주와 밤을 지키는 학주가 따로 계신답니다. 밤 학주 선생님을 한 번 인터뷰해 보시죠." "뭐라고요? 밤을 지키는 학주라고요?"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관계로 밤을 지키는 생활관 교육부장이 따로 있다는 설명이다. 귀가 솔깃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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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인천시 중구 월미로 해안가에 위치한 인천해사고를 찾았다. 임종원(31)선생님의 첫인상은 밝은 미소가 얼굴에 가득해 ‘밤을 지키는 무시무시한 학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하,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사감 선생님들은 따로 있고요. 해양대 항해과를 졸업해 2011년부터 이 학교 근무를 시작해 2013년 정식 임용됐어요. 학생들의 방과 후 생활을 책임지는 생활관 교육부장을 맡은 지 딱 1년이네요."

일반 교과를 가르치는 선생님(21명)이 아닌 항해·기관 등 전문 교과를 담당하는 교원(26명) 중 한 명으로 학교 이동 기회가 거의 없기에 경주 출신이지만 인천에 아예 자리를 잡았다. 인천의 한 기관에서 사서를 맡고 있는 아내 권예슬 씨도 마찬가지다.

"여학생과 남학생들이 같은 기숙사에 있다 보니 밤에 여자·남자 선생님 각 1명이 학생들의 안전과 생활을 지켜보고 있죠. 갑자기 아픈 학생을 응급실로 급히 데려가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야간 생활 지도에서 골치 아픈 경우는 따로 있다. 몰래 흡연을 하거나 치킨 등 간식을 시켜 먹는 귀여운 장난들을 치기 때문이다.

"외부 음식 반입 금지거든요. 그래도 1학년 때는 선생님들의 눈치를 보며 주저주저하다가 2학년으로 올라가 어설프게 하다가 걸리고, 결국 학생들과 선생님 간 줄다리기는 3학년들에게서 주로 벌어지는 편이에요. 하지만 학생들이 당직사관을 직접 서서 감독하는 등 학생사관부(학생회)가 잘 운영돼 별 탈이 없어요."

물론 학생들의 흡연·폭력 등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리하는 편이다. 적발되면 진술서를 쓰도록 하고 선도위원회가 열린다.

"졸업 후 해기사 면허를 따 승선하기 위해서도 금연은 필수입니다. 간부로 특수선 등도 다뤄야 하기 때문에 흡연·음주·지시 불이행 등은 용납이 안 돼요. 이게 선원의 13가지 원칙에 포함돼 있죠."

이때 옆에 있던 부원 한송이(27·생활관교육부 운영 담당)선생님이 말을 거든다. 여선생다운 온화한 음성의 설명이다.

"옷에 따라 천사가 되거나 악마도 될 수 있는 현상을 ‘제복 효과’라고 하잖아요. 우리 학생들이 입학해 반듯한 해사고 제복을 입다 보면 행동도 모범적으로 변하는 게 보여요. 이렇듯 제복 효과가 상당해요. 앞서 말한 여학생들이 2014년도부터 들어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부터 간혹 있는 남학생들의 거친 행동이 사라지는 등 좋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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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사고 학생들이 승선생활교육관 앞에 제복을 입고 모였다.
그러면 ‘문제아는 없나요’라고 질문을 던져 봤다.

"국립학교로 학비 지원이 있는데다 대체 군복무, 졸업 후 거의 고액 연봉의 해운회사에 취업되다 보니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높다는 게 제 판단이에요."

임종원 선생님은 생활 지도를 하면서 많이 혼낸 한 학생을 기억해 내고 이야기를 꺼냈다. 학생들과 카톡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기억에 남는 제자’가 올린 글이라고 보여 줬다. 한마디로 ‘우리 아이 중 문제아는 없습니다’라는 증거처럼 내밀었다.

『쌤(선생님)이 저희 제자들에게 쓰신 편지는 언제나 기억하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쌤 말씀처럼 평정심을 가지고 승선해서 다치는 일이 없도록 건강히 돌아오겠습니다. 많은 업무를 하시면서도 몸에 무리가 안 가게 하셨으면 합니다. 사랑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생활관 교육부장으로서 가장 강조하는 것을 물었다.

"인성교육이에요. 나중에 취업하거나 대학에 진학하면 인성이나 바른 몸가짐에 대해 배울 기회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제자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지금 놓치면 나중에 사회의 누구에게서 인성교육을 배울 수 있겠느냐’고 늘 강조한답니다."

#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해사고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우리 학교에 입학하면 ‘해기사’ 등 해양 분야라는 한 가지 길로 취업·진학해야 합니다. 멋있는 제복 등에 매력을 느껴 들어오기보다는 진지하게 진로계획을 세운 후 입학원서를 냈으면 합니다.

-고민도 있나요.

▶최근 글로벌 해운업계가 장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취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걱정입니다. 또 학부모들에게는 선생님들을 믿고 학생 지도를 맡겨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선생님으로서 바람은.

▶실습선이 없어 부산에 있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으로 내려가서 아이들이 2학년 1학기 때 실습을 받고 있습니다. 학교 실습선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학생·학부모·교사 모두의 공통입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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