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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평생교육원장
인천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박물관을 세운 도시임에도 박물관과 미술관에 있어 자랑거리가 적다. 시립미술관 건립은 10년 넘게 논의만 무성했고, 박물관도 최초라는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시설과 규모, 소장자료 등에서 다른 대도시에 비해 나은 편이 아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15년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의 국공립박물관 수는 11개로 국내 대도시 가운데 서울 26개에 이어 두 번째다. 부산과 대구가 각각 6개 관에 불과한 반면 인천은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여기에 대학박물관과 사립박물관을 더하면 국내 대도시 중 압도적 2위이다. 박물관 수만 놓고 보면 그럴싸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천지역 박물관은 수만 많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통계상의 분류에 따라 국공립박물관으로 표현했지만, 인천에는 국립박물관이 없다. 국공립박물관 소장자료는 부산 7만3천507점, 대구 11만1천127점, 인천 6만1천213점으로 인천지역 공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모두 합해도 국립대구박물관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박물관 총면적은 부산 5만7천475㎡, 인천 2만7천413㎡, 대구 2만5천776㎡로 인천은 대구와 비슷하지만 부산의 47%에 불과하다. 게다가 소장자료와 박물관 규모를 거주인구로 환산하면 수치는 더 낮아지게 된다.  한마디로 인천은 국립박물관과 시립미술관이 없으며, 도시의 위상에 맞는 박물관도 없는 도시이다.

 그런데 지난주 인천 박물관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일이 생겼다. 인천시가 10월 18일 ‘문화주권 발표회’를 열고, 용현학익구역 사업시행자가 기부채납하는 5만809㎡에 2022년까지 시립미술관 건립, 시립박물관 이전, 콘텐츠빌리지와 예술공원 건설 등으로 구성된 ‘인천 뮤지엄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다.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인천 뮤지엄파크가 계획대로 조성된다면 국내 여느 도시는 물론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문화도시로서의 기반을 갖추게 된다.

 더구나 인천 뮤지엄파크가 들어서는 곳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근현대 공업도시 인천의 역사가 살아 있는 인천의 대표적인 공장지대이다. 인천 뮤지엄파크 조성은 문화시설 건립이라는 의미를 넘어 공장시설을 문화 인프라로 활용해 원도심을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수준 높은 도시개발수법이다.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1950년대에 지은 국내 첫 해외 송출 방송국인 극동방송 옛 사옥과 선교사 사택을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는 일이다. 이는 도시개발 자체를 문화적으로 이끌어 가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인천 뮤지엄파크 조성은 공장이 떠난 자리를 문화지대로 탈바꿈시키고,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인천의 문화역량을 혁신적으로 드높일 계획이다. 문화시설이 부족한 남구에 인천의 대표적 문화시설이 들어선다는 점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얼마 전 인천은 인구 300만 명을 돌파해 인구 규모 국내 3위 도시가 됐다. 또한 11월에는 면적 기준으로 국내 최대도시가 되며, 도시면적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 한다.

 인구 규모 국내 3위의 도시를 넘어 세계에 내놔도 자랑할 만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인천시민이 문화를 향유하고, 수준 높은 문화를 만들어 가는 문화도시가 돼야 한다.

 정책결정권자에게는 기부채납되는 토지를 민간에 매각해서 부족한 인천시 재정에 보태자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렸을 것이다.

 용단에 박수를 보낸다. 인천시민의 오랜 염원을 풀고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인천 뮤지엄파크가 인천을 세계 수준의 문화도시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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