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스물(Twenty Again)
116분/드라마/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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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개봉하는 영화 ‘두 번째 스물’은 1997년 개봉해 세계적으로 높은 흥행 실적을 올린 일본 영화 ‘실낙원’을 보는 듯하다. 주부 ‘린코’가 처음 만난 남자인 ‘구키’에 반해 애정 행각을 펼치는 중년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두 번째 스물’이라고 표현한 마흔 살의 나이에 민하(이태란 분)가 옛사랑 민구(김승우)를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만나며 영화는 시작된다.

젊은 시절 첫눈에 반해 뜨거웠던 연애를 나누다 엇갈림 속에 맞이했던 이별 후, 잊지 못한 첫사랑과 13년 만의 운명적 재회.

그 만남을 통해 그들은 ‘아직 서로에게 사랑이 남아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마음속에 감추며 일주일간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다.

로맨스라 특히 여성 관객들에게 인기가 높을 듯하다. ‘첫사랑과의 운명적 재회’라는 내용이 가을을 타는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실낙원’의 배경이 ‘일본의 겨울’이었다면 ‘두 번째 스물’은 ‘이탈리아의 봄’이다. 거의 모든 촬영이 지난해 3∼4월 이탈리아 현지에서 진행됐다. 이에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마치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든다.

13년 만에 재회한 곳은 토리노, 기차를 타고 가던 중 풍경에 이끌려 내린 장소는 지중해 남쪽 리구리아 바닷가에 위치한 제노바와 베르나차, 민하가 브루넬로 와인을 구입한 몬탈치노, 민구와 민하의 마지막 여행지인 만토바 등 정말 많은 도시가 등장한다. 이렇듯 ‘두 번째 스물’을 보면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를 중심으로 중북부를 한 바퀴 도는 여정을 마친 셈이다.

또 중년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치고는 저급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이문세의 ‘옛사랑’ 등 감성을 자극하는 주제곡과 아름다운 영상미의 영향도 있지만 ‘빛의 화가’라 불리는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1571∼1610)’의 작품을 매개로 영화가 전개되면서 진한 문화향기를 내뿜고 있어서다.

사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박흥식 감독은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니다. 각본·기획·감독을 맡은 그의 전작 ‘경의선(2006)’ 등의 흥행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스물’은 다를 듯하다. 관객들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이게 할 서정성과 영상미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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