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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소풍 전날 날씨 걱정하는 아이의 초조한 마음으로 비가 그치기만을 바랐다.

 참가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전국적으로 내린다던 비 예보를 비웃듯 이른 아침부터 비는 잦아들고, 대회 시작 전은 다행히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송도의 센트럴파크 UN공원과 청라 호수공원 두 곳에서 열리는 대회 현장 중 하나인 청라 호수공원에 도착하니, 걱정과 다르게 삼삼오오 부모님과 화구를 든 참가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참가자 모두는 비 온 후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가을 날씨를 만끽할 수 있었으며, 마음껏 도화지에 자신의 미래 도시를 꿈꾸며 설계하듯 표현해 나갔다.

 올해는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와 청라 두 군데로 나뉘어져 지난해보다 더 큰 규모로 진행됐다. 주관본부는 탄탄한 조직력을 발휘해 안전하고 즐겁게 대회를 준비했고, 올해로 다섯 번째 대회를 거치며 인천 어린이 문화예술의 한 축제로 굳건히 자리잡아 가는 모습을 보여 줬다.

 열심히 미래 도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의 진지한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그림에 열중하는 젊은 화가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설렜다. 대회 본부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참여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우리가 꿈꾸는 미래 도시는 이런 행복이 가득한 공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봤다.

 올해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현직 작가 6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 기준은 현장에서 그린 후 제출하는 작품인 만큼 주제를 이해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기본으로 했다. 유치부와 초등 저학년은 순수한 어린이 작품, 고학년은 심미성을, 중·고등부는 창의성에 초점을 맞춰 엄중하게 선별했다.

 지난해보다 월등하게 많아진 참여 수로 충분히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입상하지 못해 심사위원 모두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자리를 빌려 수상하지 못한 많은 친구들에게도 수상자 못지않은 훌륭한 작품이었다고 격려를 전하고 싶다. 특히 초등 저학년의 경우 제출한 작품 대부분이 심사위원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들로, 심사하는 내내 감탄과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참여 작품 수가 적어지고, 중·고등부 또한 참여가 적은 것이 아쉬웠지만 몇몇 작가 수준의 우수한 작품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이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미술교육 시간이 적어지며 미술교육이 엘리트 교육화 돼 가는 작금의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줘 아쉬움이 더했다. 더불어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걱정하며 책임을 갖는 시간이었다.

 대상으로 선정된 초등 5학년 작품과 중등부 작품은 심사위원 전체의 추천으로 압권을 이뤘다. 또래가 표현할 수 있는 순수함과 완성도 높은 작품성에 절로 엄지를 치켜들 멋진 작품이었다.

 언어의 또 다른 표현인 그림 그리기가 유치부나 초등 저학년 때 거쳐 가는 수순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취미로 폭넓게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유치부와 초등 저학년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심미성을 발달시키고 자아를 성찰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모든 이들이 쉽게 접하고 표현하며 기쁨을 함께하는 친구로서 미술이 자리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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