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감정을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지만, 이성중심적인 철학을 반영한 세계이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철학에 예술을 입힌 그런 작품들을 이번 인천 전시에서 선보인답니다."

인천시 동구 금곡동에 위치한 사진 전문 갤러리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생각의 박물관(10월 28일∼11월 11일)’이란 전시를 열고 있는 정가희(30)큐레이터의 설명이다.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사진과 영상, 조각이 어우러진 설치예술인데다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실험성이 강해 인천에서는 보기 드문 기회다. 독특한 전시를 연 정가희 큐레이터 역시 예술가로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인천 계산여고·계원예술대를 졸업해 베를린국립예술대에서 순수미술로 학사·석사과정을, 런던주립연구대에서는 인지신경과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과학을 품은 예술이어서일까, 전시회 소개 글부터 어렵다.

‘뇌전도를 읽는 EEG-Reader를 이용해 뇌파를 읽어 그 정보를 저장 후 3D 프로그램인 Rhino를 이용, 그 정보를 모델링해 입체로 설계 후 3D 세라믹 프린터를 사용해 도자기로 출력한 작업’이라는 내용이다.

"전시 제목처럼 사람들의 생각을 그대로 예술로 표현한 거랍니다. 첫 번째 작품은 제 할머니가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뇌파로 읽어 내 3D 프린터를 이용해 하얀 도자기로 제작해 본 것이고요. 이와 반대로 사람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생각들이 있잖아요, 두 번째 작품은 그런 나쁜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빼내 형상화한 것이에요. 독일 현대미술 작가로 유명한 스승 토마스 짚 교수에게서 원하지 않은 생각을 기계로 읽어 내 검은 도자기로 만들어 봤어요."

예술가로서의 꿈도 전시 제목처럼 ‘생각의 박물관’을 차려 보는 것이란다.

"최근 뇌파에 대한 활발한 연구로 눈으로 본 이미지를 뇌파로 읽어 이미지로 재생성하는 연구가 일본에서 성공했거든요. 이처럼 과학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사람들의 생각 속에 담겨 있는 감정적인 경험과 과거의 순간들을 예술작품으로 재창조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의 약력 소개를 보면 자신의 생각과 고집대로 달려온 인생치곤 굴곡이 별로 없어 보였다.

"남들이 행운의 연속이라고 말할 만큼 좋은 일만 생겼어요. 하지만 국내 대학 졸업 후 말로만 듣던 한 독일 교수를 무작정 찾아갈 정도로 독일 현대미술을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지금의 스승이신 그 교수님이 제 작품을 보시고 짧은 영어로 진행된 인터뷰 뒤에 그러시던데요. ‘OK, 같이 공부해 봅시다.’ 이렇듯 예술에 대한 열정은 사람의 마음도 움직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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