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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지금 동북아 3국의 권력구조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서울에서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라는 해괴한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붕괴 직전에 있는데 베이징의 시진핑 주석이나 도쿄의 아베 총리는 1인 지배와 장기집권의 가능성이 확연하다. 도덕적 정치적 권위를 상실한 대통령, 안보와 경제 위기에다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는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걱정이 넘쳐나는데 중국과 일본은 지도력의 확고한 기반 위에서 자신들의 정책적 목표를 향해 적어도(?)순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선판이 미친x와 나쁜x의 선택이라고 비아냥 받는 바람에 다소 관심에서 멀어진 듯 해보이나 중국을 5~6개의 군벌로 분열시키려는 미국의 붕괴 전략이 변한 것은 결코 아니다. 중국 역시 홍콩-싱가포르-타이완-중국-북한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연방라인으로 일본을 에워싸 미국에 맞서려는 정책에 더욱 적극적이다. 지난주에 폐막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의 반(反)부패에 관한 발언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집체영도(집단지도)’를 견지하고 개인 전제와 독재를 반대한다고 밝혔지만 ‘핵심’이라는 표현을 통해 시진핑 주석의 1인체제와 장기집권이 공식화되었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국내적으로는 반부패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대외 정책에서는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강화시킨다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오바마 이후의 미국에 대해 동아시아 연방라인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더욱 강하게 응수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 임기 조항의 변경을 통해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그의 장기집권에 대해 국민적 지지도가 높을 뿐더러 반대하는 세력은 미미하다. 그는 미국과 손잡고 중국에 대항해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드는 일에 전력투구하는 극우의 상징 아닌가. 이런 상황을 보면 동북아시아는 바야흐로 국제정치가 날카롭게 맞서는 각축장이 될 것이 뻔하고 북 핵, 나아가 우리의 통일문제가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클래퍼 미국가정보국장이 뉴욕의 미국외교협회(CFR) 세미나에서 "북한을 비핵화하려는 생각은 가망이 없다"면서 "북한의 핵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발언했다. 워싱턴에서 북 핵 해법을 놓고 ‘선제 타격론’부터 ‘협상 불가피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상황에서 클래퍼 국장의 발언은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함을 일깨운다.

 지난 9월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직전에 이 외교협회는 대화와 협상을 권고했고, 회의 후 존 케리 미국무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 핵 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를 언급한 일이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한과 미국의 ‘1.5트랙’ 접촉도 우리 외교부 당국이 "민간 차원의 접촉이라서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했으나 간단히 넘길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내년이면 한반도를 둘러싼 3강(중국·미국·일본)의 지배권력 구조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미국의 신임 대통령이 힐러리든 트럼프든 둘 중 하나가 될 터인데 우리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건 이미 드러났다. 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우리에 대해서 조금도 호의적이지 않다. 아베 총리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의 동맹에 있어서는 우리와 손을 잡겠지만 여타 분야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여길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결국 우리 대한민국만 내년의 국내외 상황이 위기일 수 있다. 대통령은 전체 국민을 선거구로 가진 유일한 지도자다. 그 직위는 자연인 아무개가 아니라 상징으로 존재하는 자리다. 그는 사회와 정치의 최후 준거로서의 상징으로 존재하면서 갈등을 해소하고 때로는 강제력도 행사하면서 사회적 갈등들을 조절해야 하는 기능을 다해야 한다는 한정적 시간 조건에 위치해 있다. 지금 어떠한가? 대한민국의 조타수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헤매는 상황이고 새로운 대권을 꿈꾸는 잠룡들은 저마다 득표에 유리하다면 온갖 주장을 내놓을 것이고 자칫하면 색깔론으로 대북 인권결의안에 대한 종북 시비까지 일어날 것이다. 잘못된 리더십은 한 국가를 통곡하게 만든다고 한다. 국가와 민족,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다는 말이다. 정말로 국민이 깨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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