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살림/192쪽/1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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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무라타 사야카가 18년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 온 37살 여성이라는 점이 알려져 화제다. 게다가 틈틈이 쓴 그녀의 글이 올해 일본에서 제155회 아쿠타가와(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더 큰 화제를 낳고 있다.

평균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애쓰는 현대사회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특징과 함께 전업 소설가에게 볼 수 없는 묘한 분위기로 인기가 높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인 편의점을 통해 ‘인간에게 있어 정상과 비정상이란 무엇인가’와 ‘그 경계를 어떻게 구분하고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소설 속 주인공은 대학 졸업 후 취직 한 번 못 해 보고 18년째 같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서른여섯 살의 미혼 여성 후루쿠라 게이코다. 여덟 번째 점장과 현재 일하고 있는 게이코는 매일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가지런히 정리된 편의점 풍경을 보고 매번 똑같은 인사를 고객들에게 하면서 마음의 평안이 생기는 인물이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적당한 나이에 일을 얻고 가정을 꾸린 주위 사람들은 그를 정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직업 삼아 ‘보통 인간’인 척 살아가던 그녀가 서른여섯 살이 되던 해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다.

‘시라하’라는 이상한 남자가 나타나면서부터 그녀의 일상이 어질러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묘하게 닮은 듯한 둘은 사회의 간섭에서 벗어나 동거를 시작하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평균적인 인간의 규격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사회 현실 속에서 그들은 계속 시달린다는 내용이다.

후루쿠라 게이코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정체성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고 이렇게 표현된다.

『나는 문득, 아까 나온 편의점의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손과 발도 편의점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자, 유리창 속의 내가 비로소 의미 있는 생물로 여겨졌다. (그때 내가 외친 말은 이거다)"어서 오십시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해 묻고 고민하는 후루쿠라 게이코의 모습은 마치 현대인들과 비슷하다. 남들의 수군거림을 피하기 위해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누군가를 흉내 내고 때론 거짓말도 하며 끊임없이 보통 인간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책 속에 나오는 그녀의 한 외침이 거칠지만 인상적이다.

『모두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안 돼요. 30대 중반인데 왜 아직도 아르바이트를 하는가. 왜 한 번도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는가. 성행위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까지 태연히 물어봅니다. ‘창녀와 관계한 건 포함시키지 말고요’하는 말까지 웃으면서 태연히 하죠, 그놈들은. 나는 누구한테도 폐를 끼치고 있지 않은데, 단지 소수파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내 인생을 간단히 망가트려 버려요."』

안낭아치 
박희주/미디어저널/384쪽/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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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희주기 두 번째 장편소설을 펴냈다. 한 남자가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겪으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발견해 나가는 내용으로, 소설 속 주인공인 김희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의 별명은 책 제목이기도 한 ‘안낭아치’이다. 사전에 없는 단어로 친구들이 ‘빌어먹을 놈’이란 뜻으로 놀려 먹기 위해 붙인 별명이다.

운영하던 중소기업이 경기 침체로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리며 안낭아치 인생이 펼쳐진다. 그는 직원들의 밀린 월급과 퇴직금을 주기 위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내놓고 그것도 모자라 죽기 위해, 아니 죽는 시늉이라도 아내에게 보여 주기 위해 산으로 향한다.

그런데 우연찮게 산에서 한장몽이라는 남자의 시신을 발견하고 그와 인생을 바꿔치기하면서 복잡한 줄거리가 펼쳐진다.

부천문화재단의 일부 지원으로 출간된 책으로, 삶의 고통과 존재를 되묻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교사들이 함께 성장하는 수업
서동석 등 7인/맘에드림/348쪽/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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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매주 월요일 서울 영림중학교에서는 ‘범교과 수업 모임’이 열렸다고 한다. 서로 다른 교과목 교사들이 모여 수업 모델을 함께 디자인하고 연구하는 모임이자 교사 학습공동체로, 이 책은 이들의 토의·적용 과정을 다뤘다.

이들은 ‘아이들이 잘 배우는 수업은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거창한 이론 대신 ‘협동학습’, ‘배움의 공동체’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해 열띤 토의를 벌였다. 또 이 책의 부제 ‘동료 교사의 눈으로 수업을 새로 보다’처럼 수업을 새롭게 진행하고 서로 참관해 발견한 내용을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각자 수업을 개선시켜 나갔다.

이 책의 특징은 이렇게 진행한 수업 혁신의 과정을 현미경으로 보듯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이다.

익숙한 관성을 넘어 자신의 수업 방법에 대해 분석·반성하고, 아이들의 시각에서 더 좋은 가르침을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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