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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여태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입니다. 어떻게 내 마음을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이 프로그램을 통하면 될 것 같아 이렇게 문자를 보냅니다. 오늘 오전 6시 20분께 다음과 같은 제 사연과 신청곡을 방송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후략)"

 얼마 전에 어느 애청자께서 제가 진행하고 있는 경인방송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 (월∼금 06:00-07:00)’에 보내주신 문자의 일부분입니다. 부탁하신 대로 정확히 그 시간에 그 분의 사연과 신청곡을 정성껏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 다음 날 방송 시작하자마자 그 분의 문자가 또 도착했습니다.

  "어제 제 마음을 담은 사연과 신청곡을 잘 보내주셔서 점수를 많이 땄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진행되는 연애담을 종종 보내드리겠습니다." 흥미로운 일이지요? 그 많고 많은 라디오 채널과 프로그램들 중에 제 프로그램에 보내주신 사연이라서, 본의 아니게 사랑의 전령사 역할을 한 저에게도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음악방송 DJ를 하다 보니 뜻밖의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한번은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문자가 와서 제 나름대로의 격려를 해드리고 힘이 날 만한 노래를 보내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음악이 나가는 동안 다른 애청자들로부터 많은 위로의 글과 신청곡들이 그야말로 ‘답지’했습니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습니다. 힘내세요.", "나도 사실은 엄청난 스트레스 가운데 살고 있었는데 이렇게 극복했습니다.", "이럴 때는 그냥 모든 것을 잊고 이러저러하게 한번 해보세요." 등등. 그래서 그날 방송은 그 분을 위로하는 특별방송(?)처럼 진행이 되었습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고 심지어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또 다른 청취자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방송이 끝나갈 무렵, 그 분으로부터 문자가 또다시 도착했습니다. "저를 위해서 해주신 말씀들 신청곡들 정말 눈물 나게 감사합니다. 세상에는 내 편이 한 명도 없는 줄 알았었는데 상쾌한 아침 애청자 여러분 덕에 힘을 좀 내보려 합니다.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살게요." 저 역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방송을 끝까지 듣고 싶어서 차 안에 계속 계신다는 분, 고속도로 운행 중에 문자 보내려고 갓길에서 사연 보내신다는 분, 신호에 걸릴 때마다 두세 단어씩 나눠서 보내시는 분, 장거리 출근을 하시면서 도로교통 상황을 전달해 주시는 분, 아침 알람을 앱을 통해 ‘상쾌한 아침’ 방송으로 해놓으셨다는 분 등등 참으로 하루하루 축제 같은 날들로 만들어주시는 애청자 여러분 덕에 저는 행복합니다.

 방송 초기부터 ‘범DJ’라는 별명을 지어주신 애청자들께서 이제는 ‘라디오스타 같다’는 말씀까지 해주십니다. 방송에서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라디오스타’라니요! 가당치 않은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스타는 오늘도 열심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바로 여러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해서 진정 행복한 사람은 바로 저입니다."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의 표어는 ‘상쾌한 아침 패밀리 애청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는 방송’입니다. 그 말뜻 그대로 수많은 애청자들이 각자의 생각과 삶을 나누고 동시에 다른 사람을 돌아보는 마음들이 이렇게 소중한 시간으로 엮여가고 있습니다. 인천시가 역사적인 인구 300만 시대를 맞았습니다. 지금의 인구 구조상 어쩌면 우리나라의 마지막 ‘300만 도시’일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대도시가 되어갈수록 공동체에 더 필요한 가치가 바로 ‘화합’일 것입니다. 그것은 나보다는 남을, 지금보다는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진정한 소통의 길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잘 알려진 아프리카 속담 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함께’가 우리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 기대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말로 격려하고 용기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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