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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국 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에스키모인들은 늑대를 잡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고안해서 사용한다. 먼저 짐승을 죽이면서 피를 모으고 살코기를 날카로운 긴 칼 끝에 매단다. 매단 살코기의 표면에 피를 묻혀서 얼린다. 꽁꽁 얼면 다시 한 번 피를 묻혀 얼린다. 몇 차례 반복하면 돌보다 굳어지게 되고 손잡이를 아래로 곧추세운다. 얼어붙은 짐승에서 나는 피 냄새가 한겨울 배고픔에 헤매는 늑대에게 유혹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배고픔에 딱딱하게 굳은 살코기를 입으로 물어보지만 얼어버린 살점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은 혀로 핥는 방법뿐이다. 핥다가 혀가 마비돼도 생고기에 대한 욕망은 날카로운 칼에 스쳐 혀에서 피가 나는 줄도 모른 채 반복한다. 흐르는 피가 자신의 피인 줄 모르고 정신없이 먹다가 보면 늑대 몸의 피가 소진되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늑대는 정신은 있어도 움직일 수가 없게 된다. 그때 에스키모인은 가서 기운없이 눈을 뜨고 쓰러져 있는 늑대를 장기 저장식품으로 가져간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혀는 지구 자신의 피를 핥고 있는지 모른다. 피 맛에 중독돼 정신없이 반복해 행동하면서도 그것이 파멸에 이르는 길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자원은 쓰면 쓸수록 더 나온다는 전제가 인식의 이면에 차 있다. 물질지상주의, 대량소비사회 등의 경고는 다양한 형태로 지적돼 왔지만 아직도 소수의 인원 외에는 긴장감이 덜하다. 그런 운동은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짧은 생각인가? 물이나 에너지를 아끼는 것은 기후변화 적응 활동일까? 갯벌을 살리는 운동은 어떤가? 기후변화 대응 활동은 언제 어디서나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시민들은 그 방법에 대해 관심이 없었거나 그런 대응활동에 대해 접해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해 그에 매진하는 동안 지구는 점차 피의 절대량이 부족해지고 있다.

 사막화와 황사 방지 활동의 일환으로 2008년부터 시작한 몽골 ‘인천희망의 숲’ 조성은 기후변화 대응활동의 대표적인 활동으로 볼 수 있다. 11억 원 정도 투입돼 9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관리해 왔다. 그 중 반 정도는 시민의 모금에 의한 것이다. 이 모금은 유치원생의 고사리 손에 의한 저금통부터 일부 사회공헌 기업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모금의 주체가 모호했다. 몽골에 가는 3~5월 전후로 반짝 모금 할동을 했다가 중단한 채 다음해 3월께나 다시 시작하는 기존 방법으로는 상시적인 모금활동이 어려웠다. 마찬가지로 초·중·고교에서의 사막화 방지 교육도 어려운 점이 많았었다. 올해엔 강사료가 책정되지 않아 그나마도 실시할 수 없었다.

 지난 10월 21일 ‘미추홀푸른숲’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시민들이 창립했다. 이 단체는 기후변화, 사막화, 황사 등의 국제환경문제에 대응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지구의 발전을 이루기 위한 인천시민의 헌신적 모임이다. 지난 몽골에서의 활동을 발판으로 사막화 방지, 환경보전 및 경제적 가치 향상, 사회 통합을 아우르는 활동은 시민의 직접적이고 폭넓은 참여로 변화돼야 한다. 시민들이 내는 회비는 전액 묘목 구입이나 교육활동의 강사료로 지불하게 된다. 운영비는 임원들이 갹출해 팸플릿이나 입회원서를 만들었다. 운영비 최소화를 위해 당분간은 사무실도, 상근자도 없는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인천은 대외활동을 위한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GCF사무국의 인천 존재 자체가 무슨 일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관주도의 일사불란함은 겉보기에는 그럴듯하나 선출직 단체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일은 시민과 함께 하는 일이어야 한다. 탐욕의 달콤함에 빠져 자신의 피를 먹는 줄 모르고 줄기차게 그 행동에만 매달리는 북극의 늑대로부터 탈출시키는 일은 거버넌스로만 풀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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