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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
온 나라가 중병을 앓고 있다. 21세기 이 엄중한 변혁과 혁신의 시대에 동북아시아의 분단국가가 위치한 한반도 남쪽 대한민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온 국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소위 ‘최순길 게이트’로 명명되는 이 엄청난 권력형 직권남용 스캔들 앞에서 필자도 아픈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다.

 역사는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기에, 이 사태도 언젠가는 또 국민들의 망각 속으로 접어들 것이다. 제왕적인 대통령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결함을 치유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 불완전한 대한민국의 정치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점검하는 헌법개정을 통해 대통령의 자질과 요건을 더 강화하고, 권력 견제장치에 대한 세부 헌법 조항들을 더 손질해야 할 것이다. 권력 주변에 비정상적인 인사들이 끼는 환경을 말소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이 잠잠해지기 전에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은 스스로 손을 얹고 반성하는 모습보다는 이 국가적인 위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모순된 모습도 국민들 눈에는 간혹 보일 것이다. 이번의 최순실 게이트만이 아니라도 우리 정치권의 모순과 지도층 구성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족으로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또 다른 폭풍우를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가 아니겠는가?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로 국가의 기강을 세우고 민주주의의 지엄한 정신을 다시 정립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수습의 과정에서 대통령이라고 치외법권이 돼서도 안 되고, 혹, 대통령이 이 게이트와 많은 연관성이 발견되면, 대통령도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음으로써 부패와 국정농단 앞에서 국정을 바로잡는 일에 그 어떤 성역도 없음을 만천하에 보여야 할 것이다. 조사가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서 국가의 정체성과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필자의 뇌리에는 이 최순실 게이트와 더불어서 얼마 전에 문재인 현 야권의 유력 대통령 후보가 2007년 비서실장 재임시절 북한인권법 처리 관련 그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승인하에 국제사회가 양심의 문제로 통과시키고 있었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민국이 찬성할 것인지, 기권할 것인지를 북과 협의 후 결정하자는 회의가 있었다는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을 보고서 참담했던 대한민국 권력의 또 다른 민낯이 스쳐 지나간다. 이 문제가 정치권에서 진실공방 논쟁으로 번지다가 지금은 어정쩡하게 최순실 사건으로 덮이고 잊혀지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이 문제도 최순실 게이트 못지 않는 매우 중대한 국정문란, 헌정문란에 관한 문제이므로 최순실 게이트와 더불어서 명확하게 정치권과 사법당국이 그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를 잘 세우는 일은, 분단국가인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잘못된 노선으로 국정을 이끌다가 국정 운영이 실패하면 그 피해를 국민과 국가가 고스란히 떠 안는 잘못을 피하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필자는 최근에 이 두 사건을 보면서 잘못된 정치권력의 인식과 편견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엄청난 폐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됐다. 앞으로 진실규명 과정에서 국회가 추진하는 특검을 통해서, 최순실 문제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실이 규명되고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가중되는 북핵 위기로 대한민국의 안보문제가 심각하게 된 이 상황에서 평화와 협력이라는 논리의 과장으로 북한과의 비정상적인 접촉을 해 오늘날 북핵문제를 초래하는 과정에서 일조하거나 방관한 인사들이 있다면, 이 역시 별도의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서 명명백백하게 가려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최근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지는 이 두 사건을 보면서 분단국가의 국민으로 매우 큰 불안감을 느낀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통치행위도 역사의 심판을 통해서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고, 지금 대통령 하야까지 운운하는 이 국정농단도 빠른 시일 내에 바로잡아야 국가의 기강을 세우고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나라가 잘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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