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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석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치질과 직장암의 초기 증상이 비슷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질과 직장암은 어떻게 다르고, 나아가 치료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봅니다.

# 치질과 직장암, 어떻게 다를까

치질의 가장 흔한 증상은 출혈입니다. 배변 중 또는 배변 후 선홍색의 피가 변에 묻거나 변기에 뚝뚝 떨어지는 증상입니다. 직장암의 초기 증상 역시 이와 비슷합니다. 혈변을 보거나 점액변·설사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특히 점액변이나 흑색변, 최근 배변 습관의 변화(정상적인 변이 아닌 설사나 변비 증상이 생기는 것을 말함),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이는 암일 가능성을 더 시사하는 것입니다.

혈변을 본다는 것 외에는 통증이나 다른 불편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장암을 의심하지 못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치질은 항문 주변의 혈관과 결합 조직이 돌출돼 출혈이 일어나는 것이고, 직장암은 직장에 생긴 악성 종양이 원인이 돼 출혈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원인부터 다릅니다. 직장암은 대장의 제일 끝부분에서 항문 입구까지 약 15㎝ 정도에 해당하는 직장에 발생한 암을 말합니다.

# 대장암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직장암

대장은 소장의 끝부분부터 항문에 이르기까지 약 1.5m 길이의 소화관을 말합니다. 크게 5개 부위로 나뉘는데, 암이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구분됩니다. 이 중 암이 다발하는 곳은 하행결장·S상결장·직장입니다. 항문에 가까워질수록 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대변이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입니다.

2015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보면 2013년 국내에서 발생한 대장암은 2만7천618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12.3%를 차지했습니다. 이 중 직장암은 1만2천133건입니다. 대장암의 성별 발생비율은 1.5대 1로 남자에게 더 많이 발생했습니다.

# 대장암은 왜 생길까

직장암을 포함한 대장암 발병의 위험 요인은 식이 요인, 비만, 가족력, 유전적 요인, 선종성 용종, 염증성 장 질환, 신체활동 부족, 음주, 흡연, 50세 이상의 연령 등입니다.

이 중 식생활은 대장암을 일으키는 가장 큰 환경적 요인입니다. 동물성 지방·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즐겨 먹거나 돼지고기와 소고기 같은 붉은 고기, 소시지나 햄 등의 육가공품을 즐기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식생활이 비만으로 이어지면 대장암 발생 위험도는 약 1.5배에서 3.7배 정도까지 더욱 높아집니다.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재료와 조리 방법이 중요합니다. 섬유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드시고, 고기는 살코기 위주로 기름에 튀기지 않고 삶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허리둘레의 증가 역시 대장암 위험 요인 중 하나입니다. 또 가족력이 있는 경우 대장암의 발생이 증가됩니다.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1명 있는 경우 약 2배, 2명 있는 경우 약 3~4배 대장암 발생이 증가됩니다.

# 대장암 어떻게 치료할까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입니다. 종양의 옆과 아래쪽 등 종양의 주변 부위를 충분히 절제하고, 림프 경로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입니다. 대장암의 경우에는 개복을 하지 않고 복강경을 통해 수술이 가능합니다. 특히 조기 대장암의 경우 내시경 수술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다만, 잘라낸 조직의 침윤 정도가 깊거나 세포의 분화도가 나쁠 경우 등에는 2차적으로 복강경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복강경 수술이란 내시경용 카메라와 수술용 기구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5㎜~1㎝ 사이의 구멍을 3~5개 뚫어 수술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개복수술과 비교해 흉터가 작고 수술 시 주위 장기에 대한 손상이 적기 때문에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대장암 예방 위해선 대장내시경 검사가 필수

대장암 발생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입니다. 대장내시경으로 미리 대장 용종을 찾아 제거해 주면 대장암의 80% 정도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장내시경 검사는 일반적으로 50세에 시작해 5년 주기로 받는 것이 좋지만, 최근 낮은 연령층에서도 대장암의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더 일찍, 더 자주 받아야 합니다.

<도움말=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윤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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