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릿(Split)
121분/드라마/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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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개봉한 ‘스플릿’은 도박볼링의 세계를 그려 낸 오락영화이다. 볼링을 소재로 한 영화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볼링의 묘미를 제대로 소개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도박볼링 세계에 뛰어든 과거의 볼링스타 철종(유지태 분)과 볼링천재 영훈(이다윗)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철종은 낮에는 가짜석유 판매원, 밤에는 도박볼링판에서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전직 볼링 국가대표이다. 자폐증에 걸린 듯 자신만의 세계에 푹 빠져 살지만 볼링 하나만큼은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영훈을 우연히 만나며 영화는 새롭게 전개된다.

영훈에게서 볼링천재로서의 가능성을 엿본 철종이 자신의 파트너로 끌어들이고 도박판의 브로커 희진(이정현)의 도움을 받아 승승장구하게 된다.

하지만 한때 선수 시절을 함께 보낸 사이인 두꺼비(정성화)가 나타나며 상황이 바뀐다. 현재는 볼링장을 운영하는 대표이지만 선수 때부터 철종의 빼어난 실력에 열등감으로 가득했던 두꺼비가 철종의 인생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철종과 두꺼비 간 끈질진 악연이 도박볼링의 큰 판 승부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를 한 최국희 감독이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우선 촬영 기법이 신선하다. 볼링 중계에서 한 번도 구현되지 않은 촬영 기법을 동원해서 그런지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많다. 볼링장 레인 위에 카메라를 배치해 세차게 흩어지며 날아가는 볼링 핀들, 통쾌한 소리의 스트라이크 등을 담아내 실감나게 보여 준다.

오락영화이지만 감동도 있다. 볼링에서 첫 번째 투구에 쓰러지지 않은 핀들이 간격을 두고 남아 있어 스페어 처리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하는 ‘스플릿(Split)’이 뜻하는 인생의 고난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에 대한 답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신예 배우 이다윗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짜장면 곱빼기에 사죽을 못 쓰는, 10번 레인에 10파운드 볼링공 등 10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특이한 투구 자세로 최고의 점수를 올리는 볼링천재 영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인천 작전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 등 각종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꿈을 이어가고 있는 신예 배우다. 자폐 증상을 보이는 순수한 영혼의 캐릭터를 무난히 연기해 좋은 평을 받았다. 사실 그는 왼손잡이라고 한다. 영화 속에서는 오른손잡이로 나오는데 한 달여 동안 자세 연습에만 매달려 독특한 폼을 개발해 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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