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림 인천대 외래교수.jpg
▲ 김호림 칼럼니스트
미국의 국가브랜드를 추락시켰다는 대통령 선거가 트럼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미국의 리더십 부재와 비호감 후보자들의 나쁜 평판은 국민들에게 환멸과 실망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미국이 과연 이러한 지도자와 더불어 세계를 선도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던져주었다. 아마도 유권자들은 미국을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초강대국에서 자국이익을 우선하는 ‘보통국가’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는지도 모른다. 대통령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많은 세계지도자들의 리더십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옥스퍼드대학의 우즈(Ngaire Woods)교수는, 리더십의 모델로서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후 국무장관이 돼 유럽 부흥계획을 성공시킨, 조지 마셜 장군의 지도자 자질론을 최근 칼럼에서 소개했다.

마셜은 리더십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인격의 문제이며, 지도자는 효과적으로 국정을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3가지 주요 자질을 발휘해야 하는데, 이는 ‘목적지향성’, ‘공평성’과 ‘능력’을 겸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첫째 ‘목적지향성’이란 자신의 이해관계보다 더 큰 가치를 앞세우는 것이다. 지도자는 공평과 정직을 행해야 한다. 자신이나 가족 또는 지지자들의 이권을 위해 공적 권한을 행사하려는 유혹을 이겨야 한다. 둘째 ‘공평성’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으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셋째 ‘능력’이란 지도자가 가진 지식의 양이 아니라, 실패로부터 배우는 능력이며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이 이러한 자질을 가졌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그러하지 않을 경우 실패한 기득권에게 지속적으로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지도자의 직무수행인 통치방법의 관점에서 전 하버드대학 교수였던 카마르크(Elaine Kamarck)는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저서를 이번 미 대선을 앞두고 발간했다. 그녀는 학문적 배경뿐 아니라 대통령고문이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대통령들의 실패 사례를 분석해 지도자들이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할 실제 일들을 강조하고 있다. 임기 초에 많은 대통령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며 국정에 임했으나 임기 말에는 실망만 안기는 사례를 이라크, 아프간전쟁, 9·11 등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성공적인 대통령 리더십의 구현을 위해서는 3가지 핵심요소인 ‘정책’, ‘커뮤니케이션’, ‘실행’이 종합적으로 그리고 균형을 이뤄 작동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이란 전문가 등 모든 통치자원을 동원할 수 있으나, 이들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 균형을 갖춘 시스템으로 작동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가장 가까운 참모들이 선거 때의 인사로 채워지는 것도 문제이다. 많은 경우 대통령은 직무보다는 말만 앞세울 뿐, 정책을 실행할 행정 관료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제는 ‘제왕적’이거나 ‘수사적’인 대통령에서 ‘국가를 운영하고 경영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민과의 소통전략을 통해 의회와의 전쟁에서 지지를 얻어야 한다. 입법부와의 대립으로 인한 소통 실패는 정책실행을 불가능하게 만들게 되고, 정책실행의 실패는 곧 대통령의 권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대통령은 그 타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통치와 관리기술이란 수사(修辭)기술과는 다른 것이며, 통치관리의 부재는 곧 대통령의 일체 직무를 붕괴시키게 된다고 주장했다. 불행한 것은 이 나라의 초대 대통령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성공하는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 차기 지도자는 무엇보다 먼저 국가 경영책략(statecraft)을 갖춰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굴기의 지정학적 환경을 관리하는 확고한 안보관과 외교능력을 가져야 한다. 또한 새로 들어서는 미국 정부와 대북관계에 협력할 수 있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고, 점증하는 보호무역장벽으로부터 우리 기업과 경제를 살리고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인 경제 전략을 가져야 한다. 또한 ‘공평과 정직’, ‘목적지향성의 품성’을 가져야 하며, ‘소통’을 통해 국민과 입법부를 설득, 정책을 실행하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자기 주변 무리들을 와신상담하듯 관리해야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