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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정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얼마 전 한 신문에서 ‘정신과 치료비 100% 본인 부담…서러운 환자들’이란 제목의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건강보험 진료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정신질환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100% 본인 부담으로 정신질환 진료를 받는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기사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질환이란 말에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만나는 것조차 꺼릴 정도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있다. 그 결과 공연히 병을 키우거나 금방 나을 병을 오래 끌고 간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크게 분류하자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위험하다’, ‘이상하다’, ‘나약하다’는 편견으로 구분할 것이다. 위험하다는 인식은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범죄나 위험한 행동을 저지르기 쉬울 것이라는 추측에서 기인하는데, 흉악한 범죄가 일어났을 때 범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보도를 접한 사람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부분에 더 주목해서 오래 기억하는 탓이 아닐까 싶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분노와 충동을 참지 못한다면 자해, 자살, 타살 등으로 연결될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 통계를 보면 정신질환이 없는 집단의 범죄율에 비해 정신질환 집단의 범죄율이 훨씬 낮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비장애인 범죄율 1.2%, 정신장애인 범죄율 0.08%로 비장애인의 범죄율이 15배나 높다. 물론 비장애인 가운데는 실제로 정신장애가 있지만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으나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신장애인이 더 위험하다는 견해를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

 정신증상은 비이성적이거나 통제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이상하다’는 부류로 치부하기 쉬운데 이 또한 편견이다. 정상과 이상의 경계는 생각처럼 그렇게 뚜렷하지 않다. 정신장애가 아주 심해 현실 판단이 잘 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은 스스로 괴로울 뿐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면 정신질환이 있는 것이고 치료를 안 받으면 정신질환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을 마치 어떤 낙인처럼, 정신질환자로 분류된다 여기는데 이는 사람들이 가지기 쉬운 오류이다. 혈압이 높은 사람이 고혈압 진단을 받은 적 없다고 정상 혈압일까? 진단이란 병을 치료해 건강을 찾아가기 위한 이정표요, 수단일 뿐이다. 의지가 약한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편견도 흔하다. 정신력이 강하면 이겨낼 수 있을 일에 굴복해 우울증, 불안증을 앓는다는 의견이다. 짐짓 일리가 있는 것 같이 여겨지지만 면역력이 강하면 감기에 안 걸린다는 것과 같은 논리처럼 이것도 상대적일 뿐이다. 활달하고 씩씩하던 사람이 우울증, 불안증 때문에 갑자기 겁이 많아지거나 의지가 약해지기도 한다.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되찾으면 의지도 다시 돌아온다. 아무리 몸이 건강해도 몸살 앓는 동안은 맥을 못 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불편이 있을 때 치료라는 도움을 받을 것인지 혼자서 극복하려고 애쓸지는 스스로 선택할 문제이다. 그러나 건강을 갉아먹는데도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나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정신 건강의 척도’라 말한다. 즉 스스로 할 부분과 도움 받을 부분을 잘 구분할 수 있는 지혜가 정신 건강에 비례한다는 뜻이다. 편견은 인간이 오랫동안 가져온 악습 가운데 하나이다. 인간이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인 울타리로 만든 게 편견이다. 유치하고 그를 뿐 아니라 때로는 해악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자신을 지키고 합리화하기 때문에 우리는 편견을 버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편견을 버리고 진실을 직면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올바르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지는 길임은 분명하다. 어떠한 병이든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쉽고 빠르다. 정신과 관련 질환도 마찬가지. 옳지 못한 사회적 편견으로 병을 키우지 말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편견을 넘어서는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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