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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서구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일교차가 10℃ 이상 차이가 나면서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쉬운 날씨가 찾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감기나 기침 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애연가들은 한 번쯤 건강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특히 만성 기침에 시달리고 있다면 특정 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다.

만성 기침이란 성인을 기준으로 8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는 증상을 말하는데 폐암, 만성 폐쇄성 폐질환, 축농증 등의 질환이 보내는 이상 신호다. 이 중 물론 폐암이 가장 위험한 질환이겠지만, 폐암 못지않게 무서운 질환으로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 있다. COPD는 숨을 쉴 때 공기가 지나는 통로인 기도가 좁아져 폐 기능이 저하되고 호흡곤란이 발생하게 되는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10대 사망 원인(2012년) 중 COPD로 인한 사망자는 310만 명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은 탓에 진단율이 높지 않아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40세 이상 성인의 COPD 환자 수는 15%로 추정되지만, 그 중 제대로 된 치료나 관리를 받는 환자는 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COPD 환자의 90% 이상은 흡연자로, 주요 원인은 담배다. 또 흡연자가 아니더라도 외부에서 유입된 담배 연기나 대기오염 물질, 미세먼지 등 유해한 입자나 가스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폐에는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만성 염증은 기관지를 좁아지게 만들고 폐실질을 파괴해 폐기종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초기에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기침이 심해지고 호흡곤란, 만성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난 후에는 이미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또한 한 번 진행되고 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 검진을 통한 빠른 발견이 중요하며, 흡연자라면 조기 검진을 통한 진단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40세 이상의 흡연자라면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폐 기능 검사가 필요하며, 40세 이상의 흡연자가 하루 한 갑씩 10년간 담배를 피웠다가 현재 금연을 했을지라도 매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COPD는 완치의 개념이 아니라 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이다. 즉,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으면 증상 관리가 잘 된다. 이를 치료하고 관리하는 방법에는 금연·운동·호흡 재활 등의 비약물치료와 약물치료가 있다.

폐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이나 약물로 완치가 되지만, COPD는 한 번 걸리면 거의 평생 앓아야 하며 점점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 고통의 순간이 오랜 시간 지속된다. 그래서 조기 검진을 통한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국민들이 COPD에 대해 조금 더 인지할 수 있도록 캠페인이나 건강강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도움말=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한서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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