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이종 간 장기이식’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면역거부반응을 제어한 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게 넣은 뒤 51일째 건강하게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최장 기록이다.

16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생리 및 장기 형태가 사람과 유사한 돼지는 장기이식을 위한 대체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농진청은 2010년 독자적으로 영장류에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믿음이’를 개발했다.

‘믿음이’는 이종 간 이식의 가장 큰 난관으로 불리는 ‘거부반응’을 제어한 바이오 이종 이식용 돼지다. 세포표면물질을 제거해 이식 직후 나타나는 ‘초급성’ 거부반응을 없앴고, ‘급성’ 거부반응 억제 유전자는 더 나오도록 조절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올 9월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팀과 공동으로 ‘믿음이’ 심장과 각막을 ‘필리핀 원숭이(cynomolgus monkey)’에게 이식했다. 원숭이는 심장박동이 정상이고 매우 활동적인 상태로 16일 현재 51일째 건강하게 생존해 있다.

이는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한 ‘지노’ 심장을 받은 원숭이의 43일 생존을 뛰어넘는 것으로 국내 이종 간 심장 이식에서 가장 긴 기록이다.

지난 10월 24일에는 삼성서울병원(최규성 교수) 및 한강성심병원(전욱 화상센터장)과 공동으로 ‘믿음이’의 피부를 원숭이 등에 이식하는 등 ‘믿음이’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농진청 오성종 국립축산과학원장은 "‘믿음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50일 이상 생존했다는 것은 우리가 개발한 ‘믿음이’의 거부반응 제어 능력이 우수하고, 의료진의 이종 이식수술 기술과 원숭이 간병 기술이 확립돼 이종 이식에 필요한 3박자가 갖춰졌다는 의미이다"라고 말했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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