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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덕준 사회2부
‘수목원고모호수공원.’ 포천시가 소흘읍 고모저수지 광장에 설치한 상징물의 명칭이다. 이 명칭으로 인해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고모저수지 광장이 만들어진 배경을 잠깐 소개하면 이렇다.

소흘읍 고모리 마을에는 수백 년 전부터 마을 상류에 조그만 저수지가 있었으며 고모저수지로 불려 왔다. 주민들은 이 저수지에 고인 물로 농사를 지어왔다. 그러던 중 1981년 농어촌공사가 저수지 댐공사를 하면서 고모저수지를 그대로 두고 확장공사를 했다.

결국 고모저수지를 확장한 것뿐인데 이제 와서 이와 관련 없는 사람들이 나서서 이름을 바꾼 것이다.

마을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하려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어찌 된 일인지 마을과는 상의도 없이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에 의해 개명된 것이다.

어이없는 일이다. 그야말로 조상 대대로 내려온 집안의 성을 타인이 바꾸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시 관계자가 지역 읍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일이라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명칭을 변경할 필요도 없는데 설문조사까지 하면서 시간과 인력만 낭비한 것이다.

수백 년 전부터 내려오는 마을의 이름과 저수지의 명칭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바꾸려 했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평상시 목소리 높이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몇 사람이 주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 희한한 일은 상징물에 새겨진 ‘수목원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라는 글귀다. 결국 상징물을 설치한 장소가 수목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마을 주민들은 하루빨리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곳은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주말이면 1만여 명의 방문객들이 오가고 있다. 관광객들이 잘못 표기된 상징물 앞에서 인증 기념촬영까지 하고 있어 진실이 왜곡될 소지가 많다. 포천시는 이제라도 잘못된 지명을 바로잡아 명칭과 관련된 갈등으로 인해 후손이 상처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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